[시론] ICO 규제보다 건전 생태계 구축해야

입력 2017-11-01 18:07  

"벤처 투자금 조달창구 된 ICO
부작용 무서워 불법으로 규제하면
블록체인 기술혁명 만개 못할 것"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 행위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가상화폐공개(ICO)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상통화 거래를 사실상 유사수신행위로 취급하는 가칭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유사수신행위란 금융업으로 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으면서 원금을 보장하며 자금을 수신하는 일종의 불법행위다. 결국 가상통화업자를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다루겠다는 의미다.

벤처·스타트업들은 엔젤 투자나 벤처캐피털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탄생으로 벤처·스타트업들이 프로젝트 내용을 백서 발간을 통해 공개하고 필요 자금을 가상화폐 선(先)판매 또는 가상화폐공개를 통해 조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네트워크 경제의 발전으로 쌍방(P2P)거래가 활성화되고 모든 거래 당사자가 거래디지털원장 블록을 소유함으로써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설계된 블록체인 등장으로 보안 문제가 해소되면서다. 투자자는 공개된 프로젝트 백서를 검토하고 가상화폐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하게 된다.

가상화폐공개 방식에 의한 자금 조달은 올초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해 6월부터는 엔젤 투자자나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를 앞질렀다. 6~7월 중 글로벌시장에서 엔젤 투자자와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월 2억~3억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가상화폐공개 투자 규모는 월 5억~6억달러 규모로 두 배 이상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39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25억달러의 투자 자금을 가상화폐공개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런 투자 자금 조달과 투자 방식은 가상화폐 개발은 물론 각종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2017년 실적을 보면 인프라 투자가 44.2%로 가장 크고, 데이터 저장 13.5%, 무역 투자 10.4%, 결제 8.6%, 금융 6.9% 순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절반 정도이고 다음으로는 영국, 유럽이 뒤를 잇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 약진하고 있다. 잘 활용하기만 하면 엄청난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가상화폐 확산을 두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장기적으로 가상화폐가 중앙은행 법정통화와 금융중개기관들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국제결제은행(BIS)은 각국 중앙은행들에 가상화폐 발행을 권고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인민은행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시범운영까지 마쳤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4일 전격 발표된 중국의 가상화폐공개 금지도 인민은행가상화폐 발행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잉글랜드은행도 수년 전부터 관련 연구팀을 운영하고 있고 일본은행은 가상화폐를 거래 통화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글로벌 추세 속에서 가상화폐공개와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부터 하면 한국의 가상화폐와 이를 이용한 블록체인 기반 벤처·스타트업 발달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으며, 블록체인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은 고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최근 가상화폐 가격의 급등락과 거래소 해킹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인 것은 틀림없다. 이에 대해 일본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도를 정착시키고 있다.

가상화폐공개의 공시 기능을 강화하고 거래소 안정성과 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화폐 제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상화폐 가격이 요동치고 거래소 해킹이란 부작용도 나타난다고 해서 싹이 트기도 전에 규제부터 한다면 세계적인 기술혁신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가상화폐공개와 거래에 대해 성급하게 규제하기보다는 건전한 생태계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