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소년이 만든 인터넷 강의, 전세계 300만명 '열공' 이끌다

입력 2017-11-01 19:16   수정 2017-11-02 10:45

글로벌 인재포럼 2017 우리가 만드는 미래
■ 특별토론 - 학습혁명을 말하다

프랑스 온라인교육 플랫폼
맞춤형 수업으로 '에듀테크' 구현

성공 위한 기술 너무 빨리 변해
자기주도 학습환경 구축 급선무

물리적 대학 30년내 사라진다?
변하지 않는다면 존립 힘들 것



[ 정지은 기자 ] 열세 살 소년은 더 이상 판에 박힌 경제학이나 영문학을 배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도 달라진다고 봐서다. 단순히 학문만 익히는 식의 교육에서 벗어나 장래희망에 도움이 되는 분야를 선택해 학습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프랑스 정부가 학위를 인정해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오픈클래스룸’을 제작한 마티외 네브라 오픈클래스룸 공동설립자 얘기다.

네브라는 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 두 번째 특별세션 ‘학습 혁명을 말하다’에서 오픈클래스룸을 설립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네브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에는 약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세계경제포럼)이 나오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전문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인 만큼 학습에도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틀을 깬 학습 혁명

오픈클래스룸은 1999년 설립된 유럽 최초의 에듀테크(교육+기술) 플랫폼이다. 프랑스 교육업계에선 ‘학습 혁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네브라가 18년 전 친구 몇몇과 웹사이트에 만든 이 플랫폼은 점차 전문성을 키워 법인이 됐다. 현재 직원 300명이 근무 중이며 전 세계 약 300만 명이 오픈클래스룸 강의를 듣는다. 2015년부터는 프랑스 정부가 인정하는 학위도 제공한다. 현재 30개 학위를 제공 중인데 올해 말에는 5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네브라는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기업, 학계와 대화하며 커리큘럼을 만든다”며 “학습자의 구직에 도움이 되는 학습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강좌도 최근 디지털 변화 추세를 반영해 모바일 개발,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기존 교육이 교사나 강사 위주인 데 반해 오픈클래스룸은 학습자에게 맞춤화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수강 후 6개월 내 취직이 안 되면 월 300유로(약 39만원) 상당의 수강료 전액을 돌려주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자기주도 학습 환경 구축해야

세계적인 온라인 공개강좌인 에드엑스의 피오트르 미트로스 공동설립자도 이날 발표자로 나서 학습 혁명의 중요 요소로 자기주도 학습 환경 구축을 꼽았다. 최소한 대학 교육에서만큼은 선다형 문제를 푸는 식의 옛날식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트로스는 “정통적인 주입식 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을 때 학습효과가 두 배”라며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심층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위에 연연하지 않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서는 분위기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칸소대를 중퇴하고 대안교육 사회운동 비영리단체인 ‘언칼리지’를 이끌고 있는 데일 스티븐슨의 얘기다. 스티븐슨은 “학위는 어느 정도 교육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학위, 직업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하지 않는 대학은 사라질 수도

이날 발표자들은 미국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물리적인 대학은 30년 내 없어질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미트로스는 “기존 대학들이 얼마나 변화에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존립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브라는 “물리적 형태의 대학 자체는 계속 존재하겠지만 규모 등에서 변화는 분명 있을 것”이라며 “취업에 초점을 맞추는 등 변하지 않으면 기존 대학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 교육에 대한 투자가치가 얼마나 될지를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슨은 “대학을 꼭 가야 하는지, 경기 침체시대에 과연 이득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학습 혁명’ 도전 사례가 또 다른 변화를 낳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기존 교육 방식에 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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