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 19세→18세 논란 불지핀 박원순

입력 2017-11-02 15:14   수정 2017-11-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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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18세 선거권’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서울시가 현재 만 19세 이상인 공직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데 힘을 싣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선거연령 하향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견해와 “고등학교가 정치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선다.

서울시는 2일 청소년 지원정책인 ‘청소년 희망도시 서울’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선거 연령 하향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거침없이 사회에 대한 요구를 하고 청소년 권익을 주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결의에 가득 찬 청소년들의 역량을 믿는다”고 말했다.

○청소년 사회 참여 확대 나선 서울시

정부 건의와 함께 선거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겠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청소년이 활발하게 사회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면서 선거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겠다는 얘기다.

우선 ‘청소년 친화도시 조성 조례’에 따라 운영중인 서울시 청소년의회를 활성화한다. 청소년의회는 청소년 시설이나 학교가 추천한 자치구 대표의원 100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대의기구다. 현재 23개 자치구가 참여하고 있는데 2021년까지 이를 25개 모든 자치구로 확대한다. 청소년의회의 정책 제안을 지원하기 위해 자문단도 구성한다. 오는 25일 열리는 청소년의회 본회의에서 제안된 정책을 내년에 시행하는 등 정책 제안도 적극 받아들일 계획이다.

자치구와 청소년시설, 학교 등이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을 하는 ‘청소년 포럼’도 적극 지원한다. 사업별 심사를 통해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해 현재 7개 자치구에서 2021년까지 모든 자치구로 확대한다. 아울러 선거연령과 관련한 해외 사례를 공유하는 대토론회를 연다. 청소년들이 모의 선거를 체험할 수 있는 ‘유스보팅(Youth-Voting)’ 코너도 만들어 내년 지방 선거 때 시범 운영할 방침이다.

○“세계적 추세” vs. “학교 혼란 우려”

선거연령을 하향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성 측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 국가 가운데 만 18세에 투표권이 없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도 2015년 법령을 개정해 지난해부터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반대 측은 호주, 프랑스 등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만 18세 청소년이 아직 고등학생인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치 갈등이 심한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일본도 선거 연령을 낮추면서 학내 정치활동을 금지했지만 상당수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은 올해 초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바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부각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1월 열린 임시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위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바른정당과 옛 새누리당의 반대로 전체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정부는 선거연령 하향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추진중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9월 “정치적 의식수준, 권리 의식의 발전 속도로 볼 때 학생에게 투표권 주는 문제도 (국회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도 이를 당론으로 채택해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크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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