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인심이 좋은 나라는 어디일까. 보통 미국 등 잘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은 매년 세계 139개국을 대상으로 나눔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미얀마는 나눔지수 65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을 제치고 2014년 이후 계속 1위를 하고 있다. 선진 부국이 아니라 저개발국 미얀마가 가장 인심이 좋은 나라가 된 것은 너무 의외다. 광에서 인심 난다고 잘살아야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남을 도울 수 있는데 말이다.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1300달러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근접한 우리나라의 인심은 어떨까. 같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나눔지수는 34로 세계 62위였다. 미얀마는 물론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보다 낮은 점수다. 인정이 넘치던 우리나라가 이처럼 인색해진 것은 산업화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산업화 이전까지만 해도 두레, 품앗이 등의 낱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나눔은 우리 민족의 생활이었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은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기꺼이 나누는 게 우리의 인정이었음을 나타낸다.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가 진전되면서 이런 인정은 메말라 갔다. 특히 핵가족화는 가풍 등 가정교육의 부재를 낳아 나눔 문화의 전승을 어렵게 했다. 살림살이는 좋아졌지만 이웃 간의 정은 사라지고 삶은 더 팍팍해진 것이다.
나눔은 소외되거나 뒤처진 사람을 세상과 소통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힘이 있다. 또 더불어 사는 세상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한다. 이 때문에 나눔은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치유하는 효과가 크다. 전통의 나눔 문화를 되살려야 하는 이유다.
남의 처지를 헤아리는 데서 나눔은 시작된다.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얀마의 나눔지수가 높은 것이 단적인 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나눔에 동참하게 하는 열쇠는 교육이다.
나눔교육포럼이 발족해 지난해 말부터 활동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에 나눔 문화를 효과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교육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모임이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데 나눔 교과서도 제작해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나눔교육은 사람을 귀하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많은 분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해 본다.
최신원 < SK네트웍스 회장 swchoi@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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