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경제학박사 아닌 수장
통화완화 선호하는 '비둘기파'
Fed 결정에 거스른 적 없어
"중립 성향의 합의도출형 리더"
2018년까지 Fed 이사 4인 '공석'
성장 중시하는 트럼프 인선 변수
금리인상·자산축소 늦출 가능성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차기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제롬 파월 Fed 이사(64)를 지명했다. Fed 내부 인사인 파월을 차기 의장으로 발탁한 것은 당분간 안정(통화정책 유지) 속에 변화(금융규제 완화)를 추구하겠다는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39년 만의 非경제학자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파월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장 후보 지명을 통보한 데 이어 이날 백악관에서 지명 사실을 발표했다. 파월은 정통 경제학자가 아니다. 미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사)를, 조지타운대에서 법학(석사)을 공부했다.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투자은행(딜런리드앤드코 수석부사장), 재무부(국내금융담당 차관), 사모펀드(칼라일그룹 이사) 등을 거쳤다. 2012년 Fed 합류 직전 싱크탱크 초당적정책센터(BPC)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상원 인준을 거쳐 내년 2월 취임하면 1979년 Fed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 이후 30년 만에 경제학박사가 아닌 의장이 된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파월 이사가 과거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경제학 전공 여부보다 시장의 움직임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Fed 물갈이가 정책 변화 변수
재닛 옐런 현 Fed 의장은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는 4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Fed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도입한 양적완화와 제로(0)금리 정책을 되돌리는 ‘쌍끌이 정상화’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통화정책의 기조가 당장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경제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파월이 Fed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5년간 단 한 번도 다수 의견에 배치되는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회고록에서 파월을 ‘중립 성향의 합의 도출형 리더’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비둘기파’도 ‘매파’도 아닌 ‘올빼미형’이라고 비유했다.
변수는 Fed 내 지배구조의 변화다. 기준금리와 자산 축소 등 주요 통화정책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된다. FOMC에는 Fed 이사 7명과 지역연방은행 총재 5명이 참여한다. 현재 Fed 이사회는 세 자리가 공석이다. 파월 이사가 의장으로 취임하면 옐런 의장이 이사 자리를 그만둘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까지 4명의 이사를 추가로 임명해야 한다. 지난 7월 지명한 랜들 퀄스 Fed 부의장과 파월까지 합하면 Fed 이사회 멤버 7명 중 6명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 연 3~4%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 계획에 반대하면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초기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월가 금융규제엔 당장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대니얼 터룰로 전 Fed 이사는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에 반대해 사임했다. 임기를 5년이나 남겨 둔 시점이었다. 후임에는 금융규제 완화론자인 랜들 퀄스 전 사이노슈어그룹(투자은행) 회장이 임명됐다. 투자은행 출신인 파월 이사도 여러 차례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학자 및 연방은행 간부 출신 중심으로 구성돼 온 Fed 이사회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은행가, 법률가, 기업인이 주를 이뤘던 Fed 설립 초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악관과 행정부 경제팀 주요 포스트는 대부분 월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Fed 이사회까지 친(親)성장, 친시장주의 인물로 채워질 경우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거품 초래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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