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몽골 여행기 쓴 이영산 씨

입력 2017-11-02 19:33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집 비우는 몽골 유목민…나그네 위해 미리 음식 준비"



[ 심성미 기자 ] “ ‘오랑캐’처럼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며 사는 이들이 또 있을까요? ‘나’ 대신 ‘자연’을 세상의 중심 자리에 놓는 삶의 태도를 존경합니다.”

한국에선 오랑캐라 하면 ‘미개한 침략자’쯤으로 생각한다. 역사 속 오랑캐는 몽골 유목민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부족에 푹 빠진 한국인이 있다. 몽골 유목민의 삶과 세계관에 대해 기록한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문학동네)의 저자 이영산 씨다.

이씨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100번도 넘게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1년에 평균 다섯 번 넘게 몽골을 방문한 셈이다. 이씨는 “여행하기 좋은 6~8월이면 대부분 몽골에 살았다”고 말했다. 그가 몽골에 흠뻑 빠지게 된 건 두 번째 몽골 여행에서다. 초원을 떠돌다 가까스로 게르(몽골인의 이동식 집)를 찾았지만, 사람이 없어 돌아서려 할 때였다.

“동행하던 몽골인 친구가 ‘괜찮다’며 게르에 불쑥 들어가더라고요. 몽골에선 주인이 집을 비우게 되면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놓더군요. 유목민의 전통이었던 거죠. 탁자에 가득 차려진 빵과 사탕, 치즈, 차를 양껏 먹으면서 집을 비울 때면 미리 음식을 차려놓는 이들은 대체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가 몽골에 반한 건 이때뿐이 아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한 유목민이 야생동물을 위해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려 구유가 넘실거릴 때까지 물을 채운 일 등도 그의 뇌리 속에 깊게 박혔다. 18년간 몽골을 다니며 그가 느낀 ‘유목정신’의 핵심은 무엇일까. “인간이 아닌 하늘, 땅, 바람, 구름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의 ‘예의’라는 건 중국에서 수입된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거죠. 몽골 유목민들은 결이 다른 도덕 사상을 가지고 있어요. 아버지와는 맞담배를 피우지만 강에 직접 손을 담그거나, 함부로 물고기를 잡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에요. 그들은 지구라는 중심에 인간이 얹혀산다고 생각해요.”

유목민의 ‘죽음 의식’은 그들의 이러한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떠도는 삶이 버거운 나이가 되면 노인은 스스로 죽음을 준비한다. 그를 위한 성대한 잔칫상이 차려지고, 노인은 양의 엉덩이 비계를 입에 넣는다. 막 걸음마를 뗀 손자가 입에 문 양의 넓적다리뼈를 툭 쳐서 비곗덩어리를 목구멍 안으로 밀어넣으면 숨이 막힌 노인은 이내 세상을 떠난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나야만 하는 유목민의 문화일 뿐 저급이니 고급이니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몽골 유목민의 이런 전통적인 장례 풍습은 ‘내가 죽으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숭고한 마음에서 비롯된 거죠. 인간이 신이 되는 찰나가 있다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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