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옥 기보 이사장
"2011년부터 유럽 문 두드려
한국 기술평가 노하우 해외 전수"
파이욜르 EIB 부총재
"미래 가능성 보는 기보 시스템
유럽 벤처기업 5곳 심사에 적용"
[ 문혜정 기자 ]
유럽연합(EU) 최대 정책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이 내년 1월부터 유럽 기술형 창업기업 다섯 곳에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시스템(KTRS)을 적용하는 파일럿 테스트(모의시험)를 한다. 기업 신용도와 재무상태보다 보유 기술 및 미래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해 자금을 보증·지원하는 ‘한국형 기술금융시스템’ 도입 여부를 가늠해보겠다는 것이다. 기보의 전문 평가인력도 유럽투자은행에 파견될 예정이다.
◆유럽에 기술평가시스템 수출
기보는 2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술평가사업 20주년 국제심포지엄인 ‘기보 인사이트 플러스 2017’을 열어 이같이 발표했다. 이날 기보와 유럽투자은행은 ‘혁신기업 지원 및 기술평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기보는 기술금융 노하우를 베트남 태국 페루에 수출한 데 이어 유럽에 선보이게 됐다. 유럽투자은행은 아시아지역 공공기관과 MOU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규옥 기보 이사장과 앙브로아 파이욜르 유럽투자은행 부총재는 이번 심포지엄에 앞서 기술평가 및 기술금융의 역할에 대해 대담을 했다.
파이욜르 부총재는 “기보와 유럽투자은행은 혁신적이거나 재정적으로 어려운 초기 창업기업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란 공통점이 있다”며 “매출 등 재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담보도 없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특허 등 비(非)재무적 성장성 지표로 기업을 평가·지원하는 기보의 시스템이 성공적인 사례들을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재무성과 아니라 ‘기술’로만 기업평가
이날 심포지엄에 패널 토론자로 나온 김구환 대표가 설립한 지능형 전력수요관리업체 그리드위즈가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소개됐다. 2013년 직원 세 명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이듬해 4월 기보의 기술평가를 거쳐 수억원의 대출 보증을 받았다. 기술자 출신들이 세운 그리드위즈는 학교, 기업, 건물 등의 전기를 아껴 비용을 절감해 주거나 에너지저장관리 및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을 제공해 2013년 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99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파이욜르 부총재는 “유럽에서 신기술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대부분 소규모 기업인데 이들의 미래지향적 성장성과 역량을 파악하고 선별해 재정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보의 KTRS가 기술기업 심사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기보는 2011년부터 유럽에 기술평가시스템을 소개했고, 지난해 태국에 수출해 기술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기술금융 노하우를 해외에 전수하고 교류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며 “국내 기술형 벤처·중소기업이 유럽에 진출할 때 같은 조건으로 기술평가시스템을 적용받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기후 변화 대응’에 관심
기보 심포지엄의 핵심 주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평가 및 기술금융의 역할’이었다. 유럽투자은행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프로젝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파이욜르 부총재에 따르면 유럽투자은행은 800억유로(약 104조원) 규모의 대출과 보증 잔액 가운데 약 26%를 기후 변화 관련 혁신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폴리네시아 타히티섬에선 해안과 근접한 수심 700m 아래 관을 통해 에어컨을 냉각시키는 병원 냉방시스템 투자 건을 검토했다”며 “EIB가 투자하면 2020년 완공하는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기보와 유럽투자은행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비율이 5% 미만으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기후 변화와 관련한 기술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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