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신세계… 제주공항 면세점 격돌

입력 2017-11-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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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드 피해 회복 기회
적극적으로 도전

신라, 시내면세점과 시너지 커
신세계, 해외 인지도 높일 것



[ 안재광 기자 ]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가 모두 참여키로 했다. 입찰 조건이 좋은 데다 한·중 관계 회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에 대한 기대까지 겹쳐 경쟁이 치열해졌다.

롯데와 신라는 제주에 이미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 회사의 제주 시내면세점 매출은 연 5000억원 정도다. 공항 면세점을 하나 더 두면 시내면세점과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 유치, 물류, 통관 등 모든 면에서 복수로 운영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라는 공항공사가 제시한 수수료 기준인 ‘매출 대비 최저요율 20.4%’보다 훨씬 높은 40% 이상을 입찰에 써 낼 수도 있다고 업계에서 보고 있다. 매출의 40% 이상을 임대료로 내도 흑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 신세계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이외에 공항 면세점이 없다는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한다. 공항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라는 베트남 싱가포르 등 해외 공항에서도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는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확보해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공항 면세점 진출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반드시 입찰을 따내야 하는 각 기업의 절박한 ‘속사정’도 있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순탄하게 상장하려면 실적이 좋아야 하는데 면세점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경쟁격화 때문이다. 롯데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영업권을 반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변수다. “임대료를 낮춰주지 않으면 빠지겠다”고 인천공항공사에 통보까지 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다.

신라와 신세계는 ‘자존심 대결’ 성격이 짙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사장 두 여성 ‘2세 경영인’이 면세점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신라가 오랜 기간 발판을 다진 면세점업계에 신세계가 뒤따라 들어와 빠르게 입지를 넓히며 도전하고 있다. 관세청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최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0.6%였던 신라의 국내 면세점시장 점유율이 올 1~7월 24%로 떨어졌다. 신세계는 같은 기간 2.3%에서 12.2%로 껑충 뛰었다. 신세계는 조선호텔 아래에 있는 면세점 조직을 신세계DF와 합쳐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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