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자산운용사 HKAM(HongKong Asset Management Ltd.)가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전이 DGB금융지주와 HKAM 간 2파전으로 재편됐다.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DGB금융의 인수 계획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가 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HKAM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전 참여를 위해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3일 밝혔다. HKAM은 향후 하이투자증권의 실사를 마치고 인수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1992년 설립된 HKAM은 중국계 호주인인 차우 착 윙 회장이 이끄는 킨골드그룹의 금융지주 회사다. 킨골드그룹은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유럽 지역에서 금융·교육·언론·리조트·부동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HKAM 측은 중국·한국·유럽 등에서 금융회사와 합작을 통해 증권·자산운용·은행업 등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KAM은 과거에도 원더풀론, 칸서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국내 금융투자업계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다.
앞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해왔던 DGB금융의 인수 계획에도 변수가 생기게 됐다. 당초 DGB금융은 이달 안에 인수 여부를 매듭짓는다는 방침을 내세워왔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경남권 지역 영업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하이투자증권 점포는 총 29개로 이 중 16개가 경남·부산·울산 지역에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 편입시 DGB금융 거래 기업고객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회사채 발행 등 기업투자금융(CIB) 영업이 확대될 여지가 높고 복합점포 개설을 통해 은행 고객에게 적극적인 증권 상품 판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DGB금융은 지난 1일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오는 8일에는 이사회에 하이투자증권 인수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예상 인수가는 현대중공업그룹 보유지분 85.3%에 대해 약 4500억~47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HKAM의 참여로 인수 열기가 높아질 경우 매각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DGB금융지주의 출자 여력으로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DGB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3.9%에서 130%까지 상향시킬 경우의 자회사 추가 출자 여력은 약 4000억원 내외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다만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을 재매각하거나 대구은행으로부터 배당을 통해 인수 자금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DGB금융에게는 부담이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 인수 검토 공시 이후 DGB금융 주가는 3% 가량 내렸다.
최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의 수익성이 높지 않아 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여지가 높지 않고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차입금 확대가 불가피해 그룹의 조달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인규 DGB금융 회장의 비자금 의혹 수사 여부도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 제재를 받을 경우 대주주 자격에 제한을 받아 인수가 무산될 우려도 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지주까지 기관경고 대상이 되면 인수가 어려워질 수는 있다"면서도 "대구은행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임원에 국한된 이슈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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