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글로벌 영구채 5억달러 발행 성공… 중소형 보험사 자본확충 '새 활로'

입력 2017-11-03 17:45  

시장 예상 깨고 7억달러 사전청약
발행금리 연 4.475%로 결정
희망금리보다 0.15%P 낮춰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3일 오전 10시29분

흥국생명이 중소형 보험사 중 처음으로 글로벌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면서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새 보험업 회계처리 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보험사들의 영구채 발행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이 30년 만기 영구채 5억달러(약 556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전날 벌인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글로벌 기관투자가 43곳이 7억달러의 매수주문을 냈다. 아시아(77%)와 유럽(23%) 기관들이 투자 의사를 보였다. 노무라증권과 JP모간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이번 글로벌 영구채 발행은 지난 7월 교보생명에 이어 국내 보험사 중 두 번째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시장 예상을 뒤엎고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채권발행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사만 가능할 것이란 인식을 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글로벌 영구채 금리는 연 4.475%로 결정됐다. 흥국생명이 당초 희망한 수준(연 4.625%)보다 0.15%포인트 낮다.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리는 연 3.9%대로 한화생명이 4월 발행한 원화 영구채 금리(연 4.582%)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영구채에 붙은 글로벌 신용등급은 ‘Baa3’(무디스 기준)로 이 회사 신용등급(Baa1)보다 두 단계 낮은 평가를 받았다.

흥국생명은 3월 국내에서 사모 영구채 발행으로 350억원을 마련했지만 비슷한 시기 준비한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높아 발행을 포기했다. 지난 2분기에도 몇몇 기관을 상대로 사모 영구채를 발행하려고 시도했지만 투자자 확보에 실패해 계획을 접었다.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면서 이 회사 신용등급은 6월 ‘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졌다.

흥국생명은 이번 글로벌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성공하면서 RBC 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지난 상반기 말 기준 RBC 비율은 162.2%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1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2021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자본 확충 등을 통해 RBC 비율을 끌어올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업계에선 흥국생명에 이어 다른 중소형 보험사도 대규모 자본 확충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3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인 KDB생명(RBC 비율 128%)을 비롯해 현대라이프(163.6%) 신한생명(181.5%) 동부생명(188.1%) 등 RBC 비율이 200%에 못 미치는 보험사가 적지 않아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글로벌 영구채 발행 성공은 다른 중소형 보험사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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