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가계부채, 질적 구조개선을 하려면

입력 2017-11-05 17:35  

"가계대출 총량규제만으론 미흡
금융사가 대출위험 부담토록 하고
공공·기업형 임대주택 공급 늘려야"

권혁세 < 법무법인 율촌 고문·숙명여대 겸임교수 >



지난달 24일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줄여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명목경제성장률의 2배 이상 속도로 가계부채가 늘어나 경제를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신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총량대출 규제 도입이 예고돼 있어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규제 강화를 통한 총량 억제도 필요하지만, 가계부채 구조의 질적 개선을 통해 가계부채 증대를 유발하는 근본원인을 제거하고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을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금융회사 편익 중심의 가계대출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금융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대부분은 변동금리부 대출이어서 소비자가 금리상승의 위험을 모두 부담하는 구조다.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높이려 노력해 왔지만 3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대출과 같은 ‘무늬만 고정금리대출’인 것이 대부분이다.

또 아직 이자만 납부하면 원금 상환이 장기간 유예되는 대출 비중이 높다. 주택담보대출도 미국의 많은 주에서 시행하는 비소구담보대출제도(담보로 맡긴 물건만큼만 한정해서 채무자가 책임을 부담)가 우리나라에는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대출구조는 금융회사들이 채무자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하고 손쉽게 대출을 늘리는 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금융지식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시킨다. 내년부터 신DTI와 DSR이 도입되면 다소 보완될 것으로 보이나 근본적으로는 리스크 관리능력이 있는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부담하는 방향으로 대출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가격 상승과의 연계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어 가계부채 증가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과 연관돼 있다. 특히,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전세가격 상승시는 전세대출 증가요인이 되고 집값 상승시는 갭투자(전세와 대출을 끼고 집구입)를 유발해 가계부채 증가 요인이 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개인이 집값상승을 기대하고 주택을 여러 채 구입해 전·월세로 임대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부동산 가격상승과 가계부채 증대 간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이번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을 통한 민간임대주택 공급확대로 주택공급 경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셋째, 가계부채의 상환능력 제고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대책의 풍선효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금리인상으로 다중채무자, 저신용저소득가구 등 한계 취약가구는 물론 정상적인 가계대출까지 원리금납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대출시장에서 금리 인하경쟁에 대한 기대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하다. 대출금리 인하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은행 추가설립, P2P대출(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 대출) 활성화와 함께 대출금리가 저렴한 금융회사로 대출계좌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한계채무자는 개인 워크아웃을 활성화하되 일자리와 서민금융지원을 연결해 채무상환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일관된 정책기조도 필요하다. 과거 정부처럼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융회사 건전성 확보 수단인 대출규제(LTV, DTI)를 완화하는 우를 다시는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권혁세 < 법무법인 율촌 고문·숙명여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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