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일수 3년 제한 규정 탓
일당 1000만원 넘는 범죄자, 최근 2년 28명에 달해
수백억 경제사범 '특혜' 논란
"일당 상한선 정해 노역 늘려야"
"국민 기본권 과잉침해 우려도"
[ 김주완 기자 ] 교도소 노역 일당 1000만원이 넘는 경제사범이 매년 10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백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범죄자 중 일부가 감옥에서 하루에 수천만원씩 벌금을 탕감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당 상한액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역 일당 수천만원 여전
5일 법무부의 ‘노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역장 유치로 벌금형을 대체한 범죄자 중 노역 일당 1000만원 이상인 범죄자는 18명에 달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0명이었다. 정부는 벌금을 내지 못하는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역을 택한 이들은 일반 수형자와 함께 봉제, 식품가공, 목공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노역 일당은 최저 10만원이지만 벌금액, 노역 기간 등을 따져 판사 재량으로 정해진다.
지난해 노역으로 가장 많은 벌금을 탕감받은 범죄자는 김모씨다. 조세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그는 감옥에서 하루 7700만원씩 모두 770억원의 벌금을 해결했다. 올해는 조세 관련 특가법을 위반한 이모씨가 일당 4970만원으로 교도소에서 1000일 동안 497억원의 벌금을 탕감받았다. 2012년부터 올 8월까지 범죄자 199명이 노역 일당 1000만원 이상으로 수백억원의 벌금을 대체했다. 모두 특가법을 어긴 경제사범이었다.
◆“일당 제한해야” vs “기본권 침해 우려”
‘일당 수천만원’의 노역은 노역 가능 기간이 3년으로 정해져 있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2014년 노역 일당 5억원을 선고받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사례가 알려지고 ‘황제노역’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도가 개선되기는 했다. 2015년 국회는 벌금 1억~5억원 미만은 300일 이상, 5억~50억원 미만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은 1000일 이상 노역해야 벌금이 면제되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총 노역 기간은 여전히 3년을 넘을 수 없어 벌금액이 커지면 ‘황제노역’ 논란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노역 일당 상한액 신설, 노역 기간 연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 일당을 100만원으로 제한하고 고액 벌금은 일부만 탕감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하지만 노역 기간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재산형(벌금)보다 처벌 수준이 높은 자유형(징역)이 과도하게 집행돼 헌법상 국민 기본권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는 “벌금형의 집행 확보 수단인 노역장 유치 제도가 추가적인 자유형으로 기능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노역 가능 기간이 없어지면 벌금형이 신체의 자유를 더욱 심하게 침해하면서 벌금형이 징역형보다 훨씬 무거워져 형법 체계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또 노역 일당 상한액을 규정하고 노역장 유치 후 벌금 추가 납부 의무를 두는 것이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벌금형이 제대로 작동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수벌금형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처럼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벌금액을 정해 원칙대로 벌금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벌금형은 액수보다 실효적인 처벌과 집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범죄자들이 감옥행을 택하기 전에 검찰이 은닉재산 등을 더욱 철저하게 추적해 벌금형을 집행할 수 있도록 벌금 징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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