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싸움에 노조는 경영개입
"친정권 낙하산 앉히기" 지적도
[ 안상미/이현일/윤희은 기자 ] “당분간은 숨죽이고 있어야죠.”(A금융지주 임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B은행 관계자)
휴일인 5일에도 금융계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금융회사를 향한 연이은 검찰 경찰 수사와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한파’가 불어닥쳐서다. 금융계는 현 상황이 대대적인 금융계 물갈이 인사의 신호탄이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금융계의 대혼돈이 결국 ‘친(親)정권 성향 낙하산 꽂기’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새 정부의 금융개혁, 고질적인 파벌싸움, 경영진 흔들기에 나선 노동조합 등이 그 빌미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혼돈’에 빠진 금융계
금융계에 불어닥친 혼란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새 정부의 화두인 적폐청산이다. 특히 채용비리가 한몫했다. 금융감독원 임원 13명이 채용비리로 사표를 냈고 이 가운데 이병삼 전 부원장보는 지난 3일 구속됐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금감원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우리은행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특혜채용 문건 공개를 시작으로 채용비리 수사 명단에 올랐다. 일각에선 “관행처럼 반복돼온 채용청탁 문제가 불거진 것”이란 해석과 함께 담당자 처벌 정도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은행 채용비리는 이광구 행장의 사의 표명으로까지 번졌다.
은행 내 파벌 싸움도 최근 혼란을 키운 요인이다. 지난 9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내부 파벌 싸움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채용비리도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 인사불만 등 다툼에서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노조의 움직임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KB금융그룹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은 노조와의 갈등에서 비롯했다. 노조가 윤종규 회장의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고발한 게 단초가 돼 심상찮은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노조 문제로 골치다.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노조 등 하나금융 계열사 노조들은 경영진을 성토하는 내용의 공동 투쟁에 나섰다.
◆코드인사 위한 작업?
그럼에도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금융계에선 나온다. 채용비리에 대해 관리책임을 지고 이광구 행장이 사의 표명까지 했어야 하느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의 경우 비록 노조의 고발이 있긴 했지만 노사 간 갈등을 경찰이 신속하게 압수수색한 걸 의아해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금융개혁’을 내세워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주요 금융기관 및 금융공기업 인사를 보면 ‘금융개혁=옛 정부 인사 교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장에 현 정부 실세들과 인연이 깊은 민간 출신 최흥식 원장이 기용됐다. 성세환 전 회장 구속으로 공석이 된 BNK금융지주 회장에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선임됐다. 산업은행 회장에는 문 대통령의 경제자문그룹 멤버인 이동걸 동국대 교수가 임명됐으며 손해보험협회장에도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김용덕 회장이 선출됐다. 앞으로 있을 전국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등 주요 금융협회장과 금융공기업 CEO 자리에도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계 안팎에서 지금 검·경 수사대에 오른 금융회사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제각각이지만 결국 ‘친정부 성향 낙하산 인사’를 기용하기 위한 물갈이라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민간 자문기구에서도 이전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어디로, 언제까지 사정한파가 지속될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상미/이현일/윤희은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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