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1303만원 빚 안고 산다

입력 2017-11-05 20:08   수정 2017-11-06 05:09

금융위,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 보고서

"학자금·생활비 등 모자라"
대출 연체율 5%…부실 위험
은행 가계대출보다 높은 수준

정부, 내달 금융지원안 발표
고금리서 저금리로 바꿔주는
햇살론 2018년 600억 더 공급



[ 이태명/정지은 기자 ] 한국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학자금·생활비 등이 모자라 금융권 대출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3%는 캐피털,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연 1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1인당 평균 대출금은 1303만원에 달했다. 연체율도 일반 대출자보다 높았으며, 연체자 중 3분의 1가량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함께 발표한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이다. 2012년 대학생 고금리대출 이용 실태 조사 이후 5년 만에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다. 만 19~31세 전국 성인남녀 중 대학생이 아닌 청년 850명, 전국 2·3·4년제 대학생 850명의 소득·대출·연체 현황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

소득은 없는데, 돈은 모자라

보고서는 청년·대학생의 ‘암울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의 월평균 수입은 157만6000원, 월평균 지출은 89만3000원이었다. 또 대학생의 월 수입은 평균 50만1000원, 지출은 월 102만2000원이었다. 대학생의 지출이 많은 건 학자금 때문이었다. 대학생 74%가 연간 학자금 부담액이 500만~1000만원이라고 답했다. 청년·대학생 중 절반 이상은 생활비, 학자금 부담 탓에 돈이 모자란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부족한 돈을 부모로부터 지원받는다는 응답은 청년 51%, 대학생 76%에 달했다. 직접 돈을 벌어보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응한 청년의 19.7%가 ‘백수’였다. 대학생 네 명 중 한 명(26.6%)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72%는 이조차 알아보지 않았다.

결국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는 이들이 많았다. 조사 결과 청년·대학생의 13.1%가 대출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청년의 20.1%가 대출받은 적이 있으며, 1인당 평균 대출금은 1303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출 목적은 학자금 상환이 53.2%, 생활비 조달 20.5%, 주거비 15.8% 등이었다. 대학생 상황은 그나마 나았다. 대학생의 12.5%가 대출받은 적이 있었으며, 1인당 대출금은 평균 593만원이었다. 대출 목적은 학자금 마련이 85.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반 차주보다 연체율 훨씬 높아

문제는 금융권 대출을 받은 청년·대학생의 부실 위험이 높다는 데 있다. 청년 가운데 연체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 비중은 15.2%에 달했다. 대학생도 연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4.7%로 높았다. 고금리 대출 이용자도 상당했다. 청년 가운데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비중은 전체 대출 이용자의 13%에 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정보원이 추정한 청년층 연체율도 4.9%로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0.3%)보다 훨씬 높았다”며 “대출 연체 등으로 취업, 학업을 유지하기 힘든 청년·대학생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실태 조사를 토대로 다음달 중 청년·대학생 금융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먼저 올해 청년·대학생 대상 ‘햇살론’ 공급 규모를 300억원가량 추가로 늘리기로 햇다. 햇살론은 연 15%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대학생에게 저금리 전환대출을 해 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1인당 1200만원까지 연 4.5~5% 금리로 빌려준다. 내년에는 청년·대학생 대상 햇살론을 600억원가량 추가 공급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한국장학재단 등에서 대출받은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빚을 줄여주는 등 재기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태명/정지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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