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법 vs 소비자 정서…딜레마 빠진 한샘

입력 2017-11-05 20:54  

올 초 발생한 여직원 성폭행 뒤늦게 온라인서 논란

해고·정직 징계 조치에도 소비자 불매운동 확산
"기업이 관리 책임져야"



[ 문혜정 기자 ] 지난주 불거진 ‘한샘 성폭행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한샘의 피해도 가시화됐다.

현대홈쇼핑은 5일 저녁 방송할 예정이던 한샘 소파 판매 생방송을 무기한 연기했다. 긴급회의 끝에 이날 오전 방송을 예정대로 한 롯데홈쇼핑은 “평소보다 매출이 10%가량 줄었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한샘 방송 일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G마켓과 옥션도 한샘과 관련한 할인 행사를 중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인터넷 포털에선 불매 운동 청원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작년 말 한샘에 입사한 20대 중반의 신입 여직원이 올해 초 입사 동기 A씨에게 화장실 몰카(불법 촬영) 피해를, 교육담당 B씨에겐 성폭행을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빚어졌다. 피해자는 인사팀장 C씨가 형사고소 취하 등을 종용하고 성적 모욕(혹은 성희롱)을 줬다고도 진술했다.

A씨와 C씨는 해고됐다. 그러나 성폭행 사건은 검찰이 증거 불충분에 의한 불기소(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다 B씨가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면서 징계 수위가 해고에서 정직 3개월로 낮아졌다. 고소를 취하한 피해자도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감봉 6개월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가 지난달 말 회사 복귀를 앞두고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온라인 사이트에 올리면서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

B씨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며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모 법무법인은 피해자의 법적 대리인을 자처하며 “한샘을 상대로 회사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경찰과 검찰 수사상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해배상소송 제기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영식 한샘 경영지원 총괄 사장은 지난 4일 해외 출장 중 귀국해 급히 사과문을 내놓았다. 최양하 한샘 회장도 같은 날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에게 사과했다. 여성 근로자를 위한 보다 더 안전한 근무환경 대책도 약속했다.

한샘은 여직원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주 고객층도 여성이다. 아동과 여성, 가족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온 이유다. 직장 내 성교육도 비교적 모범적으로 시행했다. 매년 온라인 교육 1회, 사내 변호사가 주재하는 오프라인 교육을 1~2회 했다. 성범죄 ‘원 아웃’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 네티즌과 소비자는 불매를 외치고 있다. ‘회사문화에 그런 분위기 만연인 듯’(ahyu****) ‘있는 것도 내다버리고 싶은 마음. 딸 키우는 아빠로서 분노가 치밉니다’(minz****) ‘물건을 사줄 이유가 없습니다. 대체품도 많은데’(수퍼****)….

사내 성범죄가 직원 개인 간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관리 책임 및 조직문화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의 시각이다.

‘실체적 진실’을 따지기에 앞서 한샘은 피해자와 가족의 상처를 보듬고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다. 관련자들에 대한 재조사와 징계도 필요할 수 있다. 기업문화를 돌아보고 실망한 직원과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경영진의 노력도 요구된다.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 훼손이 큰 만큼 열심히 일해온 직원들과 한샘에 자재와 제품을 납품하는 수많은 협력업체, 대리점주들까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문혜정 중소기업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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