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과도한 인상은 서민에 타격은행은 ‘면허업’ 개입 타당”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흔들리면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조금씩 늘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시중은행 대출이자의 기준이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 금리가 오르는 현상에 주목했다. 더욱이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대출 종합대책’ 등을 통해 대출 돈줄을 죄어놓은 것에 대한 ‘퇴로’로 대출금리 상승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류에 맞춰 한은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해 빚 부담이 큰 경제적 약자의 처지가 더 어려워졌다.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 불합리하고 투명하지 않은 가격결정 방식과 불공정한 영업 행태를 집중 점검하고 예외 없이 엄단하겠다.”(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은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박세춘 금감원 부원장) 이런 강한 압박이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이어진 것도 금융약자 보호 차원의 정부 개입이다.
금융업, 특히 은행은 다른 사업과 달리 정부가 자격을 심사해 영업을 허가해주는 ‘면허업’이다. 그만큼 특혜적 요소가 있어 정부의 이자 간섭은 불가피하다. 은행이 부실해지면 막대한 공적자금까지 투입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경영감독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은 연 3~4%의 금리가 오래 유지됐는데, 국내외의 ‘금리 인상 전망’만으로 최고 연 5%대까지 올라가는 현상을 감독당국이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논리다.
○반대
“대출금리도 시장 가격… 정부 간섭하면 ‘선진금융’ 멀어져”
과다 채무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업계나 학계에서는 원칙에 관한 문제로 보고 있다. 가산금리든, 일반적인 대출이자든 시중의 자금 수급(수요와 공급)에 따라 ‘돈값’이라는 본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금리 책정은 개별 은행의 영업 및 경영 전략이기 때문에 명백한 가격 개입이요, 과도한 경영 간섭일 수 있다.
아무리 은행이 ‘면허업’이고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도 투입되는 부문이라지만 그 이유로 정부가 시시콜콜 관리감독을 언제까지 해나갈 것인가 하는 반론도 나온다. 개발연대의 이런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선진금융’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한국에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왜 없고, 그동안 정부의 무수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왜 나오지 않느냐는 금융업계의 냉소적 분위기도 봐야 한다. 상품의 개발부터 시장 변화에 따른 가산금리까지 일일이 ‘승인’과 ‘점검’을 받다 보니 “한국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고독한(힘겨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없는 나라”라는 말까지 나온다.
가산금리가 문제가 된다면 실효성이 있는 공시(公示)제도로 금융 소비자 스스로가 은행을 선택하도록 정부는 유도나 하면 될 일이다.
가산금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금융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갉아먹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핀테크(금융기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맞는 않는, 개발연대 적폐인 관치금융의 전형이다.
○ 생각하기
"관치금융 줄여 자율 경영과 시장경쟁 통한 발전이 바른 길"
서민 지원과 금융의 본질이라는 문제가 충돌하고 있다. 9월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것이 금융과 노동시장의 낙후성 때문이라는 점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WEF는 ‘금융시장의 성숙도’(137개국 중 74위)와 ‘노동시장의 효율성’(73위)을 크게 문제 삼았다. 은행연합회장, 손해보험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 같은 중요한 금융협회장에 퇴직한 금융 관료들이 대거 몰려드는 것도 이런 관치금융 현상과 무관치 않다. 은행의 자율 경영과 그에 대한 시장 평가, 경쟁을 통한 금융 발전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익에 부합한다. 장기적으로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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