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 연 평균 4%대 성장 속
원료값 상승으로 이익은 제자리
효성·코오롱인더스트리·휴비스 등
고기능성 섬유 연구개발에 박차
[ 고재연 기자 ] 섬유산업은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꼽힌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중국 베트남 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내 섬유업계는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이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무기다.
세계 섬유산업 완만한 성장세
세계 섬유시장은 2000년 이후 신흥국의 소비 성장과 자유무역 확대 등으로 연평균 4.1%의 견조한 성장을 지속했다. 먼저 주요 소비처인 미국과 유럽의 의류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 섬유 소비량도 성장잠재력이 크다. 인도 등 신흥국의 소득 및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섬유 소비량(24.9㎏)과 신흥국 평균 소비량(6.4㎏)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중국 내수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농촌 인구의 도시 이동 및 중산층 가구 증가에 따른 구매력 향상 등으로 내수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화학섬유업계는 올해 큰 이윤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스판덱스의 원료인 폴리테트라메틸렌에더글리콜(PTMEG)과 부원료인 메틸렌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 국제 가격이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7~8월 스판덱스 가격을 올리려 했지만 수요처인 니트 직물 등 섬유업계의 수출 경기가 냉각되면서 스판덱스 가격 인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효성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3조1135억원, 영업이익 2418억원이다. 스판덱스는 베트남 공장 증설 효과에도 불구하고 PTMEG 등 원료가격 상승으로 이익 개선이 크게 이뤄지지 못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976억원, 영업이익 494억원이다.
화섬업체, 고기능성 섬유로 ‘승부’
국내 화학섬유업계는 실적 정체를 딛고 범용 제품 대신 고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성은 기술 중심 주의를 바탕으로 고성능·고기능성 섬유에 집중했다. ‘섬유의 반도체’라 불리는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기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룹의 전략 생산지인 베트남 공장의 스판덱스 생산량을 올해 3만t 늘려 시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타이어의 내구성과 안전성, 주행성 등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보강재인 타이어코드도 효성의 효자 상품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45% 수준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철보다 강한 슈퍼 섬유 ‘아라미드’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다. 아라미드는 미래형 첨단 소재로 같은 무게의 강철에 비해 강도가 5~7배에 달한다. 섭씨 300도 이상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산업용 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휴비스는 저융점섬유(LMF)가 대표 상품이다. 100~200도 온도에서 녹는 섬유로 자동차 트렁크와 천장 등 내장재, 매트리스와 소파 등 가구는 물론 기저귀 등 위생용품 접착제로 쓰이는 친환경 섬유다. 세계 LMF 생산량의 40%를 휴비스가 생산한다.
자동차 경량화의 핵심 소재인 탄소섬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철 무게의 25%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뛰어난 탄소섬유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효성은 2013년부터 전북 전주에 연산 2000t 규모의 공장을 건립해 수요처 확보에 나섰다. 코오롱 역시 2014년 처음 공개한 자동차용 탄소섬유 복합소재 ‘컴포지트’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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