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이슈·문화 해외홍보 시급한데 예산 축소에 손발 묶인 아리랑TV

입력 2017-11-06 17:17   수정 2017-11-07 09:10

현장에서

유재혁 문화부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 유재혁 기자 ] 국가이슈·문화 해외홍보 시급한데...예산 축소에 손발 묶인 아리랑TV

해외에 한국문화와 국가적 이슈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아리랑국제방송(이하 아리랑TV)이 프로그램과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내년 예산 중 80억원 정도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동북아 정치와 외교안보 지형은 급격하게 요동치는데 국가 홍보의 첨병이 예산 축소 앞에 손발이 묶인 형국이다.

아리랑TV의 올해 예산은 584억원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는 방송통신발전기금 370억원(63%), 자체 수익 172억원(30%),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 전입금 42억원(7%)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서 내년 방통기금이 10%(37억원) 삭감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로 부터 ‘미흡’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700억원 규모로 조성된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이 완전 소진돼 내년엔 전입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리랑TV는 결국 뉴스 1083편, 교양·다큐 479편, 음악·오락 626편 등 프로그램 2188편을 축소하는 제작예산안을 마련해야 했다. 일부 뉴스를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셈이다. 정규직을 뺀 프리랜서 파견인력을 뉴스, 시사, 다큐부문에서 총 262명 감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프로그램의 품질 저하도 불가피해졌다.

외국 정부들은 국가 홍보방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 NHK월드의 지난해 예산은 2634억원으로 아리랑TV의 4배다. 20%는 정부가, 80%는 수신료를 통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조달한다. 가령 독도, 위안부 등 역사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NHK월드가 아리랑TV보다 훨씬 강력하게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도 올초 연간 3조원을 국고로 지원하는 국제방송인 CGTN을 출범시켰다. 국제관계에서 여론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조치다.

아리랑TV는 지난 9월 북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미치광이”라며 강력한 보복을 선언하는 동영상 뉴스를 영어 자막을 달아 유튜브에 올려 1주일간 17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에 대해서는 CGTN과 끝장토론 방송을 제작해 한국의 입장을 세계에 알렸다.

아리랑TV를 관리·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임성환 방송영상광고과장은 “내년도 아리랑TV 일반예산 증액을 국회에 요청했다”며 “의원들을 상대로 사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문화부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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