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무효 주장하는 롯데…공정위에 판단 맡겨
롯데 "재협상 불가 특약 등 불공정 거래 행위"
공항공사 "공정위 심사받은 계약서…문제 없다"
[ 안재광 기자 ]
‘4조1400억원.’
2015년 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가 제시한 최저 보장액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한 큰 금액이었다. “롯데가 인천공항을 사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막대한 임차료는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예상에 못 미치는 매출, 치열해진 면세점 경쟁, 여기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까지 겹쳐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약 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만 보면 올해 2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4월 ‘임대료를 다시 협상하자’고 인천공항공사 측에 제안했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천공항공사를 불공정 거래자로 신고했다. 사실상 ‘계약 무효’를 선언한 것이다.
◆계약해지액만 3000억원
롯데가 주장하는 인천공항공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특약으로 임대료를 재협상할 여지를 아예 없앴다는 점이다.
롯데는 올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이 뚝 끊긴 직후 한국면세점협회를 통해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 재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사 측의 답변은 단호했다. “임대료를 낮출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해결의 실마리는 9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면세점 관계자들을 면담하면서 풀리는 듯했다. 김 부총리가 “면세점 제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뒤 인천공항공사의 협상이 시작됐다. 양측은 세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번번이 상호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협상 때마다 공사 측이 제시한 반대 논거는 계약상 특약 부분이다. 특약에는 ‘항공 수요 감소, 정부의 항공정책 변경 등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영업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매출 감소를 사유로 임대료 조정 등을 요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롯데는 이 특약이 ‘무효’라는 주장을 펼친다. 면세점 사업 특성상 국제 정세와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재협상이 불가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롯데가 문제를 제기한 다른 부분은 과도한 계약해지 조건이다. 계약상에는 ‘면세점 사업자가 전체 사업기간(5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는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해지를 승인한 날부터 4개월간 의무 영업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계약에 따라 롯데는 최소 내년 2월까지는 영업을 해야 한다. 또 내년 2월 계약 해지 승인이 난다 해도 최소 6월까지 영업을 계속해야 한다. 올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롯데가 내야 하는 임대료는 약 5160억원에 달한다.
계약 해지액도 과도하다는 게 롯데의 주장이다. 사업 마지막 연도 최소보장액의 25%를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연도 임대료(1조1840억원)의 25%는 2960억원이다. 이 금액을 다 물어주고 임대료도 낸 뒤 내년 6월에 나간다고 가정하면 총 8120억원이 소요된다.
◆설득력 약하다는 주장도
롯데 주장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는 계약 당시 ‘사드 사태’나 신규 면세점 설립 등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당시 함께 계약한 신라 신세계 등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면세점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스스로 임차료를 높게 썼기 때문이지 외부 요인 탓만은 아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도 이런 점을 부각했다. 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인천공항 국제선 출발 여객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은 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측은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어 사드 사태에 따른 부정적 요인은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공사 측은 또 면세점 반납 뒤 4개월간 영업해야 하는 부분도 “공개 경쟁 입찰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다른 공항들도 비슷하게 계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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