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금융정책당국이 금리를 인상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리를 올리는 근거로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금융의 양적완화 정책 효과로 인해 경기가 충분히 활성화된 미국과 EU국가들이 이제는 경기를 진정시킬 시기라고 판단, 금융의 양적 완화 축소와 함께 금리도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크겠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세계에 퍼져있는 달러자산이 미국의 고금리를 좇아 미국으로 유입되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달러자산 또한 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의 정책당국으로서는 달러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경제도 올 3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경제 실적을 나타냈다. 이대로 가면 금년 경제성장률 3%대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 경제도 다소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한국경제가 금리인상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3분기의 경기 호전은 주로 수출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국내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침체 상태이다. 수출조차도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특수와 일부 업종의 수출증가에 기인한 바 크다. 요컨대, 한국경제의 압도적인 경제주체는 침체상태에 있으며 이러한 관계가 반영되어 청년실업도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에 일본 엔화가 2012년 말 대비 50%나 평가절하 된 반면 한국의 원화는 고평가된 상태로 방치돼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들이 침체되고 실업률이 증가했다. 신정부의 출현 이후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기업의 코스트 부담이 크게 증가해 기업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 반도체 등 극히 일부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투자여력이 악화되었으며 고용도 제한되어 실업률 증대를 가져왔다.
이러한 국내경제의 여건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기업의 코스트 부담은 일층 가중 되고, 투자여력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가계부채가 이미 한국 경제에 암적 존재가 된 상태에서 이자율이 인상되면 내수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지금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발휘하여 기업의 수익률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나아가서 고용 호전으로 구인난을 야기하는 등 오랫동안의 침체상태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러한 경제활력 덕분에 최근 총선에서 아베정권은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임기가 끝나가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를 아베총리가 연임시키는 것으로 보도된 것이다. 구로다 총재를 연임시키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구로다 총재가 견지해 온 통화의 양적완화 및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상대적 엔저상태를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다. 이런 사실은 지금과 같은 일본경제의 회복을 가능하게 한 핵심 정책이 저이자율을 통한 엔저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해주고 있다.
한국경제는 일본경제가 엔고일 때는 수출이 춤을 췄고, 엔저일 때는 수출 침체와 경제 침체를 겪었으며, 심지어 IMF관리체제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우리 정책당국은 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한국경제를 계속해서 침체상태에 빠지게 하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미국은 지금 안보정책에서 한국정부가 그들의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자 한미FTA 재개정 요구 등 여러 가지 형태의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통상환경하에서 한국경제가 생존·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기업들의 체력을 강화시켜 대내외의 악조건을 극복하게 하는 것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라도 기업 체력이 극도로 약화되어 있는 지금, 금리인상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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