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사 골든타임 흘려보내는 금감원

입력 2017-11-07 17:44  

수석부원장 두 달째 공백 상태
제재심 늦어져 증권사들 '발동동'

김병근 증권부 기자 bk11@hankyung.com



[ 김병근 기자 ] “기관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A국장의 하소연이다. “임원 인사 소식은 아직 없냐”는 질문에 그는 “인사가 늦어도 너무 늦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의 집행 임원은 수석 부원장 1명, 부원장 3명, 부원장보 9명 등 총 13명이다. 이들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지난 9월11일 일괄 사표를 냈다. 두 달여가 지났지만 하마평만 무성할 뿐 후속 인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특히 수석 부원장의 공백을 무겁게 받아 들이고 있다. “인사의 ‘첫 단추’이기도 할뿐더러 수석 부원장이 없으면 아예 할 수 없는 업무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금감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감원이 통상 월 1~2회 여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대표적이다. 제재심은 금감원이 민간 금융회사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심의하는 협의체다. 수석 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금감원 직원과 교수 등을 포함해 8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수석 부원장이 공석으로 남아있는 탓에 제재심은 지난 9월 중순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당초 지난달 19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같은 달 26일, 이달 2일로 세 차례 미뤄진 이래 아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제재심은 금감원으로서는 여러 업무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재에 직면한 금융회사는 회사 미래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결과에 따라 기존, 또는 신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좋은 예다. 이 증권사는 유로에셋투자자문의 옵션 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혐의로 제재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제재심이 하염없이 늦어지면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일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 심의 대상에는 포함됐지만 단기금융업 인가 심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단기금융업은 초대형 IB의 핵심업무로, 미래에셋대우는 당분간 다른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보고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조직 혁신안을 만들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사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김병근 증권부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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