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對中)협상 뒷심 한·미·일 공조 절실
'3불 정책'은 향후 풀어야 할 숙제"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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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은 오래된 지구촌 난제였기 때문에 문제 자체에 대한 정의는 이미 명료하게 정리돼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해법 또한 명확하다. 미국이 전쟁불사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공언해 왔지만 “지금보다 더 강한 제재로 전쟁 없이 북핵을 제거한다”는 게 현 상황에서 최적의 해법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중국에 가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더 강한 압박”이라는 표현 속에 이미 요약돼 있다고 봐야 하고, 그것은 다름 아니라 “대북(對北) 송유관을 더 조일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할 때, 트럼프가 손에 쥐고 싶어하는 것은 한·미·일의 확실한 공조와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의식에 기초한 지렛대다. 그러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정책 천명, “중국과의 관계도 돈독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양다리 걸치기, 그리고 반미·반트럼프 시위대의 극렬함은 트럼프가 원하던 대중(對中) 협상 지렛대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송유관을 더 조일 수 없느냐”는 트럼프 요구에 시진핑이 부정적으로 나올 때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포함한 통상압박이다. 통상문제는 북핵보다 더 중요한 별도의 독립된 경제현안이기도 하지만, 북핵을 의제 한가운데 놓고 접근하려는 트럼프에겐 보조적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상압박 카드가 제대로 먹힐지 또한 의문이다. 작년 미 대선기간 중 트럼프 측의 러시아와의 내통여부 문제, 주류언론과의 갈등 등으로 국내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는 트럼프는 “경제가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3%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고, 실업률 또한 지난 16년 사이 최저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활황의 바탕에는 ‘세계 경제의 동반상승 분위기’가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두 거대 경제인 미국과 중국의 우호적 경제협력 관계가 무너져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마오쩌둥 반열에 오른 시진핑을 대면한 자리에서 트럼프가 미·중 통상과 관련, 속된 말로 ‘갑질 위세’를 부려 협상테이블을 깨 가며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트럼프로선 “지속적인 3% 성장을 달성해 1200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 대선공약을 제대로 지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핵 극복을 호언하며 극동순방에 나섰지만 현지를 돌아보니 녹록지 않다는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다. 우선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않는 한, 중국이 송유관을 더 조이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통상문제에서도 큰소리만으로 일관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에겐 더 큰 뒷심이 필요하다. 그런 시기와 장소에서 트럼프가 마주친 건 혈맹 한국의 반미·반트럼프 구호다. 한국은 왜 이러는 거지? 트럼프가 한국에서 마음속에 새기고 간 의문이자 배신감이고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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