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생쥐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고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규칙을 준수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집단 생활하는 동물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익과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따져 행동하는지 밝혀낸 성과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사진) 연구진은 설치류인 생쥐가 갈등 상황에서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지키는 방식으로 서로 이익을 늘리는 윈윈 전략을 쓴다는 사실을 쥐 뇌 자극 반응을 통해 알아냈다고 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7일 발표했다.
흔히 생물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른 개체와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피를 부르는 경쟁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나비나 실잠자리, 일부 거미들은 갈등 상황에서 경쟁하는 대신 질서를 만들어 공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서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경쟁 대신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지켜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부르주아 전략’ ‘윈윈전략’을 쓰는 것이다. 전략의 원칙은 간단하다. 자원에 먼저 도달한 개체는 자원을 누리고 뒤늦게 도착한 개체는 먼저 도달한 개체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무조건 싸우려는 매파 전략과 무조건 회피하려는 비둘기파 전략을 적절히 혼합한 전략이다.
설치류인 생쥐가 이런 사회적 판단에 따라 행동을 하는지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갈등적 상황에서 두 마리의 생쥐가 쾌감을 얻는 정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각각의 생쥐 머리에는 적외선을 쐬면 보상 행동을 조절하는 뇌 내측전뇌다발(뇌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는 헤드셋을 씌웠다. 그리고 가운데 방에는 아무런 조명을 설치하지 않고 이 방과 연결된 좌우측 방에는 적외선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했다. 생쥐 한 마리가 이 방에 들어오면 LED 조명이 5초간 켜져 뇌에 쾌감을 준다. 하지만 다른 생쥐가 방에 뒤따라 들어오면 자극을 주는 조명이 꺼지게 했다. 생쥐들은 반복된 훈련을 통해 불이 켜진 방에 들어가야 쾌감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생쥐가 침범하면 자극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조명이 없는 가운데 방에 함께 있을 때 다른 방에 조명이 켜진다는 상황을 알게 됐다.
연구진은 이렇게 훈련된 생쥐들이 함께 몰려다니면 쾌감 자극을 받을 시간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을 알게 됐으며 서로 다른 방으로 가려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마리가 조명이 켜진 방에 들어갔을 때 나머지 한 마리가 함께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불이 켜지는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행동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들이 쾌감을 주는 구역을 나눠 맡아 상대의 기회를 빼앗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회적 규칙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실험에 참여한 생쥐 19쌍 가운데 60%(23마리)가 훈련을 통해 사회적 규칙을 세우고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
생쥐가 사회적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서로 달랐다. 실험 회차가 늘수록 상대를 방해하지 않는 사회적 규칙을 점점 더 잘 지키게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회적 협동이 더 많은 보상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훈련과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설치류가 사회적 갈등을 피해 충동적인 경쟁보다는 규칙을 만들고 지킬 줄 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사례로 향후 동물의 사회성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단장은 “규칙을 무시하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도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법을 택하는 생쥐의 행동은 인간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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