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에 핵포기 촉구
35분 중 24분 북한 체제 규탄
"북한은 지옥"…인권유린 비판
"핵·미사일 포기하면 더 나은 미래 위한 길 열려
중·러, 북한과 무역 단절해야"
[ 김형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회 연설에서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과 ‘억압과 빈곤’의 북한을 대비시킴으로써 한·미동맹과 대북제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반세기가 넘는 한·미동맹의 역사적 맥락과 함께 피를 흘려가며 지켜낸 자유주의 동맹국가가 독재의 북한을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앞선 상황을 수치까지 들어가며 설명했다.
◆“지금은 변명 대신 힘을 보여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정부와 확연히 다른 방향에서 대북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는 점을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에 그려진 휴전선에서 유약함의 대가와 이것들을 지켜야 하는 위험을 함께 배웠다”며 “어리석게 미국의 결의에 도전했던 체제들은 역사에서 버림받았다는 것을 의심치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행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푸는 데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 성과를 묻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지금 카드를 다 보여줄 순 없지만 우리는 북한이 대적할 수 없는 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향해 “당신이 획득하고 있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어두운 길로 향하는 한걸음 한걸음이 앞으로 닥칠 위험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북한 지도자와 체제에 대해 강도 높은 성토를 쏟아내면서도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한 번에 그쳐 의도적인 무시라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잔혹한 독재자’라고 규정하고 인권유린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9살 소년이 10년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조부가 반역죄로 고발당했다는 이유였다”고 했다. 또 “한 학생은 김정일 삶에 대한 세부사항 하나를 잊었다고 학교에서 구타당했다. 유아 중 30% 정도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대북 정책을 분명히 밝혔다. “지금은 변명할 때가 아니라 힘을 보여줘야 할 시대”라며 주변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독려했다. 그는 “책임지는 국가들은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며 “중국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외교관계도 무역 관계도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사일·핵무기 개발 중단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핵 포기가 유일한 선택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빛과 번영의 미래로 가는 길은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수많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 출발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을 자극하기보다 안정적 관리를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지난 유엔 총회 때 쓴 ‘완전한 파괴’ 같은 ‘말폭탄’을 투하하지 않았고, 군사옵션 언급도 자제했기 때문이다. 또 김정은에 대해서도 ‘로켓맨’으로 칭하는 식의 비하 표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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