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서도 “평균 30년 근무를 전제하면 327조원이 소요된다”는 보고서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국정감사 때는 “다양한 재정사업으로 2060년 국가채무가 1경5499조원(GDP의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자료도 공개했다.
예산정책처의 적극적인 중장기 재정분석과 전망은 기획재정부와 대조적이다. 기재부는 의료복지 확대, 공무원 증원, 공공일자리 확충 등과 관련해 정확한 소요예산,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 장기 재정추계와 관련해 제대로 내놓은 게 별로 없다. 부총리급 주무 부처가 제 역할을 다 하는지 의심스럽다.
엊그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장기 소요예산을 묻는 의원들의 반복된 질의에 기재부는 “장기재정추계에 6개월이 걸린다”며 “답변서 제출이 어렵다”고 피해갔다. 막대한 비용은 조세저항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자칫 ‘축소 추정’이라는 비판이라도 들을까봐 주저하는 속사정은 짐작된다. 정치권의 여건 변화 가능성을 생각하면 5년 뒤까지 계산하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재정 추계는 정책을 추진하고 관련예산도 편성·집행하는 정부의 기본 의무다. 장기 인건비 추계도 없이 내년도 증원예산만 승인해달라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재정추계는 빗나갈 수도 있다. 그래도 비용계산이 없는 ‘깜깜이 정책’보다는 낫다. 기재부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페이고(pay-go)원칙’이나 재정건전화 노력은 정파적 논리를 뛰어넘는 국정 운영 원리가 돼야 한다. 세계적 추세에도 맞다. 예산실 외에 별도로 재정 관련 3개 국(局)까지 둔 기재부가 “재정지킴이 역할을 국회로 넘겼느냐”는 비판을 들어서야 될 일인가.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기재부를 따라 할까봐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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