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아직도 정부 눈치만 보는 예금보험공사

입력 2017-11-08 18:09   수정 2018-03-19 11:09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 정지은 기자 ] “예금보험공사의 자체 결정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예보는 아직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예보가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퇴에 따른 후임 행장 선임에 대한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지켜본 한 금융계 관계자는 8일 이렇게 말했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8.5%를 가진 최대주주다. 하지만 우리은행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도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참여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예보가 인위적으로 참여하진 않도록 한다는 ‘신호’를 보내서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주체적으로 의사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예보는 예금자보호법에 의거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그렇다고 매번 독자적인 시각 없이 정부 입김에 휘둘리는 식의 행보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예보가 설립될 때 본보기로 삼은 FDIC와 비교하면 한계가 더욱 두드러진다. FDIC는 예금보험기구이면서도 조직이나 인력, 권한 측면에서 통화감독청, 연방준비은행 등 정부기관과 비교했을 때 대등한 위치다.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예금지급보증, 공적자금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해온 모범사례로 꼽힌다.

반면 예보는 설립 21년째인 지금도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예보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16년째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정부 눈치를 보며 기다린 탓이다. 지난해 일부 매각했지만 여전히 18.5%라는 지분을 갖고 있다. 당초 올해 모두 처분한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정권 교체 등 정치적인 상황에 치여 해를 넘기게 됐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예보가 정부 시각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전문성을 토대로 예금자 보호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보는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부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 이르기까지 ‘놓친’ 역할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예보만의 탓은 아니다. 예보가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정부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예보를 한국의 FDIC로 만들려면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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