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속속 유턴하는데… 한국은 '원전 축소'로 역주행

입력 2017-11-08 19:38  

프랑스, 감축 일정 연기
스웨덴, 탈원전 정책 폐기



[ 이태훈 기자 ] 프랑스가 7일(현지시간) 원자력발전소 감축 일정을 5~10년 미루기로 하는 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원전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정부가 공론화를 거쳐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기로 해놓고도 “탈(脫)원전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원전 정책의 세계적 추세를 읽지 못하고 혼자만 ‘역주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5년 프랑스 정부는 이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니콜라 윌로 프랑스 환경장관은 이날 “원전 비중 감축 목표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늘리지 않는 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를 현실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목표 달성 시점을 2025년이 아니라 2030~2035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원전을 없애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원전 감축 목표를 수정한 선진국은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1980년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한 스웨덴은 지난해 여야가 합의해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운영 중인 원전 8기의 설계수명이 끝나면 신규 원전을 짓는 식으로 최대 10기까지 원전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후 원전을 추가로 짓지 않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신규 원전 건설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지했다가 2015년부터 5기를 재가동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4기를 추가 가동할 예정이다. 영국은 신규 원전 13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선진국들이 원전 축소 정책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라고 홍보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진국은 탈원전 추세고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만 원전 건설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되풀이하다 야당 의원들에게 “(신규 원전을 짓고 있는) 미국 영국이 개도국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프랑스가 화석연료를 덜 쓰기 위해 원전 감축을 늦추기로 한 것과 반대로 산업부는 탈원전을 통해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의존도를 높이기로 했다. 탈원전 정책 시행 시 지난해 22%이던 LNG 발전 비중은 2030년 3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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