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로메드-이연제약의 진실게임…'VM202' 상업화 지연되나

입력 2017-11-08 20:58   수정 2017-11-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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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13년간 이어진 협력 관계가 틀어질 위기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바이로메드와 국내 중견제약사 이연제약이 놓인 상황이다. 바이로메드의 유전자치료제 신약 'VM202'의 상업화가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연제약이 VM202의 원료생산 독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연제약은 최근 바이로메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연제약은 VM202 관련 △출원·등록한 특허 50% 지분에 관한 명의 변경 및 이전 △전임상 연구 및 임상 데이터 자료 제공 △해외 공장에서 이뤄진 DNA 원료 및 완제 생산에 대한 자료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소송의 근거는 양사가 2004년 1월 체결한 계약에 있다. 이에 대한 해석 및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VM202 특허, 국내 상용화를 위한 것인가



이연제약이 2010년 주식 시장 상장을 위해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보면 2004년 당시 계약 내용을 알 수 있다. VM202 국내 상용화에 관한 계약이다.

계약에 따르면 이연제약은 기술료 및 국내 상용화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국내 VM202 완제품 독점 생산권·판매권을 소유하게 됐다. 또 완제품이 해외에서 판매될 경우 필요한 원료의 독점 생산권도 확보했다.

그리고 국내 상용화 과정에서 산업재산권을 획득할 경우 공동 출원키로 합의했다. 이번 소송의 요구사항 중 하나인 특허 지분 50% 이전에 관한 것이다.

이연제약 측은 바이로메드가 VM202를 연구개발하면서 발생한 특허 중 공동 출원한 것이 없다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로메드 측에 따르면 2004년 계약 이후 공동 출원된 특허는 없다. 그러나 이는 미국 시장 상용화를 위한 과정에서 나온 특허이며 국내 상용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게 바이로메드의 입장이다.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VM202는 국내 상용화를 전제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며 "VM202 관련 임상 1상은 모두 미국에서 진행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아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된 2상도 한국이 아닌 미국 상용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연제약 관계자는 "한국 임상비용과 해외 임상을 위한 임상용 의약품 생산비용을 지불했다"며 "이들 임상이 국내 상용화와 연관이 없었다면 이 비용을 안 받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바이로메드는 현재 VM202와 관련해 당뇨병성 신경병증(DPN)과 당뇨병성 허혈성 궤양(NHU)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VM202의 신약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상용화를 위한 자료 제출 의무, 이행했나

VM202의 원료 생산권을 갖고 있는 이연제약은 지난 8월 유전자치료제 대량생산 공장인 충주 공장의 건설에 들어갔다. 2020년 9월까지 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충주 공장에서 VM202 완제 및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구 및 임상 자료, 해외 의약품위탁생산기관(CMO)에서 이뤄진 생산 자료가 필요한데 바이로메드가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로메드는 제공할 수 있는 자료를 100% 줬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이연제약의 소송 제기가 신의성실 조항에 위배되므로 계약을 해지해 국내 판권과 생산권 회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연제약도 소송 제기의 귀책 사유는 바이로메드의 의무 불이행에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가 생기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격했다.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사가 원하는 것은 원만한 합의다. 법정 다툼을 원하지 않지만, 서로가 주장하는 계약에 대한 해석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법원에서 만날 것이다.

이번 소송에 따른 VM202의 출시 지연 가능성에 대해 바이로메드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며 "임상 3상을 위한 임상 시료의 생산은 모두 끝났고, 만약 계약 해지라는 결과가 나온다해도 VM202 상업 생산을 위한 '플랜B'가 이미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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