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닥에 연기금 동원…기초체력 키우는 게 정도(正道)다

입력 2017-11-09 17:34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자금을 동원할 것이란 한경 보도(11월9일자 A1, 3면)다. 연기금 국내 주식 투자액의 2.1%(2조6000억원)인 코스닥 비중을 점진적으로 1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13조원이 코스닥에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코스닥 중심 자본시장 혁신방안’을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10년간 돈가뭄을 겪어온 코스닥으로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소식이다. 전체 증시 시가총액 중 코스닥 비중이 10~15%인데, 연기금 주식투자액(총 124조원)의 98%가 유가증권시장에 편중돼 있다. 시가총액 비중만큼만 연기금이 투자를 늘려도 현재의 5배가 된다. 연기금 투자는 코스닥 신뢰 제고, 벤처 등 모험자본의 자금조달 원활화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국민 노후자금(국민연금)까지 동원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투자위험, 기금운용 독립성 등 논란거리가 적지 않다. 더구나 돈으로 밀어붙이는 벤처 육성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던 선례도 있다. 2000년대 초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머니게임’으로 치달으면서 거품 붕괴와 온갖 ‘게이트’로 번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추구해야 하는 연기금 입장에선 코스닥 인프라가 맘놓고 투자할 만하다고 보기 어렵다. 경영, 회계, 공시 등 투명성에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1255개 코스닥 기업 중 673개사(53.6%)가 올 상반기 적자다. 그나마 신뢰할 만한 애널리스트의 분석대상은 99개사(7.9%)에 불과하다. 이들 종목의 유통주식수를 감안할 때 연기금이 자칫 오도가도 못하는 ‘연못 속 고래’가 될 수도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벤처 활성화는 절실하다. 하지만 지름길은 없다. 과거에도 경험했듯이 코스닥에 돈 쏟아붓기, 문턱 낮추기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 시장의 인프라 및 제도 개선, 기업들의 견실한 실적 등 기초체력부터 차근차근 다져가는 게 정도(正道)다. 벤처기업 M&A를 막는 지주회사 지분 규제, 벤처캐피털 금산분리 등의 규제도 손봐야 한다. 옥석이 구분된다면 굳이 연기금 동원령을 내릴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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