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CCTV 수백대 '잠자리 눈 속' 근무… "한국의 아침 연다는 자부심으로 일해"

입력 2017-11-10 17:32  

문학 속 경찰

김애란 소설 '건너편'에 등장
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



[ 구은서 기자 ] “처음 본청 5층에 들어섰을 때 도화는 수백 대의 관측용 모니터에 압도당했다. 사마귀나 잠자리 눈 안쪽에 들어선, 아니 그보다 ‘행정’이라는 고등생물 뇌 속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김애란의 단편소설 건너편에서 주인공 도화는 매일 아침 서울의 눈 안으로 들어간다. 서울지방경찰청 종합교통정보센터 소속 경찰인 그는 혈관처럼 뻗은 서울시내 8125㎞의 도로와 이를 비추는 436대의 폐쇄회로TV(CCTV) 화면을 확인한다.

지난 4월부터 종합교통정보센터에서 ‘경찰 아나운서’로 근무 중인 장하라 경장(아래 사진 왼쪽)는 “아침마다 벽 하나를 가득 채운 모니터보다 손목시계 속 분침에 압도당한다”며 “실시간 교통상황을 전하기 위해 생방송 직전까지 멘트를 고친다”고 말했다.

종합교통정보센터는 서울시내 차량사고·공사·집회 등 교통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아침 7시40분께 지상파 방송뉴스의 한 꼭지를 맡아 실시간 교통정보를 전하는 것도 센터의 몫이다. 장 경장과 방송경력 14년차 이정환 경위, 경찰청 아나운서 출신 김미라 경위(오른쪽) 세 사람이 한 달씩 돌아가며 방송을 진행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상황은 물론 아침 생방송 자체가 긴장의 연속이다. 김 경위는 “센터에 온 뒤로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는데 수시로 생방송에 늦는 악몽을 꾼다”고 했다. 초반에는 목, 교(橋), 진(津) 등 생소한 이름을 익히려 날마다 다른 길로 운전해 출퇴근하기도 했다.

날씨가 궂거나 큰 행사가 있을 때는 특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울을 찾은 지난 7~8일 교통통제 상황을 챙기느라 센터는 24시간 긴장 상태였다.

그럼에도 센터 아나운서는 선망의 자리다. 매일 아침 시민의 출근길을 책임지는 자리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기동대 방송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전직 아나운서에게 레슨받고 경찰청 아나운서, 경찰의날 기념식 사회자 등 화려한 ‘스펙’을 쌓은 끝에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장 경장 역시 카메라테스트, 면접 등 ‘오디션’을 거치고 13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했다.

인터넷으로 견학을 신청한 방문객에게 센터를 소개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10월 체력시험을 마치고 11월 면접을 앞둔 이맘때는 경찰공무원 준비생 방문객이 몰린다. 소설에서도 서울 노량진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도화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틈틈이 악력기로 손힘을 키우며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수험생 때 독서실 총무로 일하며 공부한 김 경위는 “수험생이 견학 오면 그 시절이 생각나 면접팁 등을 조언한다”고 했다.

센터 아나운서들은 “서울시내의 아침을 연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설 끝자락은 교통방송을 이렇게 묘사한다. “프로듀서 겸 스태프를 맡은 최 경위가 신호를 보냈다. ‘55분 교통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른 아침, 도화의 밝고 건강한 목소리가 시내 곳곳에 퍼져나갔다. 빗방울처럼, 종소리처럼.”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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