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앓는 청년 테너, 한경필하모닉 무대 오른다

입력 2017-11-10 18:18  

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닷컴

정신지체 3급 전지원 씨

세살 때부터 말 제대로 못했지만
음악에 남다른 재능 발견

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케스트라의 신바람' 공연



[ 이미나 기자 ] 3세 때 자폐 판정을 받은 청년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금도 정신지체 3급에 해당하는 전지원 씨(28·사진)가 주인공이다. 그는 사랑나눔중창단에 소속된 테너 가수다. 말도 못했던 아이가 성악가로 성장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뒤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다.

어머니 이정미 씨(56)는 “주위에서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아동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진찰실 문을 넘기도 전에 ‘자폐네요’라고 진단했다”며 “남편은 화를 내며 다른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난 그날부터 아이의 장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인생은 아들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순간 180도 바뀌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를 보면서 더 바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언어 치료, 음악 치료 등 특수교육기관을 쉴 새 없이 쫓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지인이 “지원이가 노래를 잘한다. 가르쳐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말도 못하는데 ‘그럴 리가’라고 생각하며 흘려들었다. 그게 아니었다. 누나가 치던 피아노 앞에 지원이가 앉더니 음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음악 전문가에게 데려갔더니 ‘절대음감’을 타고 났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아들의 남다른 재능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매주 두 번 이상 노래 레슨을 했고 반복훈련을 통해 교회 성가대로 뽑혔다. 남과 소통이 어렵고 통제도 안 되던 아이가 합창단 활동을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산만한 행동으로 연습을 방해하는 장애인을 제지하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타인의 존재를 의식한다는 의미였다.

정신장애 때문에 악보를 익히고 악기를 배우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 지원씨는 누구보다 집중했고 즐거워하는 모습도 큰 변화 중 하나다.

그는 2007년부터 성악공연에 초청됐다. 일본 지적장애협회가 주최하는 공연에 나서는 등 작은 무대 경험을 쌓았다. 오는 13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금난새 한경필하모닉 음악감독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무대에 서게 됐다. 한경닷컴이 주최하는 ‘오케스트라의 신바람’ 공연이다.

어머니 이씨는 “지원이 노래를 듣는 분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잠깐이라도 느끼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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