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세운' 기획재정부
금융위 통제 느슨한 탓에 감독분담금 마음대로 올려
공공기관 재지정도 검토
금감원은 불만 가득
"감시하는 곳만 늘어나…중복 통제 땐 비효율 초래"
[ 김일규/임도원/정지은 기자 ] 기획재정부가 금융위원회 소관 기관인 금융감독원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데 이어 기재부는 금감원 수입예산의 80%에 달하는 감독분담금까지 직접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채용 비리로 코너에 몰린 금감원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시어머니가 둘로 늘겠다”며 불만이다.
◆기재부 “금감원 예산 직접 통제”
금감원 수입예산은 은행·보험사·증권사 등이 내는 감독분담금과 증권 발행인이 부담하는 발행분담금, 한국은행 출연금으로 구성된다. 올해 총예산(3666억원)의 79.7%(2921억원)가 감독분담금이다. 감독분담금은 2014년 2002억원에서 올해 2921억원으로 3년 새 919억원(45.9%) 늘었으며,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1.1%에서 79.7%로 증가했다.
기재부는 금융위의 통제가 느슨한 탓에 금감원이 금융회사 분담 요율을 마음대로 올리는 방식으로 감독분담금을 늘려 방만하게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감독분담금을 내는 금융회사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다. 금융회사는 감독분담금이 올라도 감독기관인 금감원에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감독분담금을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른 부담금으로 지정해 직접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담금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해 법률에 따라 부과하는 돈이다. 감독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지정되면 금감원은 금융회사 분담 요율을 바꿀 때 기재부 심사를 받아야 하고, 부담금 운용계획서를 매년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부담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해 감독분담금을 부담금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부담금관리기본법의 부담금 목록에 감독분담금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관련 법안을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재부가 관리하는 부담금은 89개에서 90개로 늘어난다.
기재부는 이에 더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정부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하면서 감독기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금감원 “중복 통제로 비효율” 우려
금융위와 금감원은 내심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우선 감독분담금은 부담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항변한다.
부담금관리기본법상 부담금은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부과되는 것인데,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기존 소관 부처인 금융위에 더해 기재부까지 나서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갖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 기재부의 중복 통제로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금융위·금감원에 기재부 눈치까지 봐야 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나 금융권 모두 잇따라 채용 비리가 불거지며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기관의 정체성에 관한 중요한 판단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을 내릴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일규/임도원/정지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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