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2주 전부터 연습만 한다" 주장도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월급 등 폭로 이어져
보건의료계 "의사 중심 병원 문화 개선돼야"
"각과 병동에서 신규 간호사가 한두명씩 차출돼 오디션을 본 뒤 20명 정도를 뽑습니다. 행사 2주전에는 출근을 하지 않고 연습만 시킵니다. 연습생인지 간호사인지 헷갈리는 수준입니다."
지난 11일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익명의 네티즌이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올린 글의 일부다.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동원 행사(사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병원 간호사들은 1년에 한번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일선 병원에 공문을 보내 재발방지를 당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2일 "대한병원협회에 협조공문을 보내 간호사를 병원행사에 동원해 장기자랑을 강요하는 등 부당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1년에 한번 열리는 체육대회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동원돼 짧은 바지나 배꼽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당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병원 간호사들은 "행사 준비를 위해 병원 일과를 마친 뒤 저녁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도록 강요당했다"며 "짧은 치마와 나시를 입고 춤을 춰야 하지만 거의 신규 간호사이기 때문에 싫다는 표현도 제대로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간호사는 "4년을 공부하고 1000시간을 실습하며 했던 간호사 서약이 한없이 부끄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체육대회에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있는 것은 맞지만 간호사 참여를 강압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여느 직장처럼 직원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체육대회를 개최해 온 것"이라며 "논란이 된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병원 내부 회의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병원 재단 행사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직접 개입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병원협회를 통해 자정노력과 재발방지를 촉구할 방침이다. 이달 말 간호사인력수급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권장사항으로 간호사에 대한 인격적인 처우를 포함할 방침이다.
지난달 4일 서울대병원 간호사가 "간호사 첫 월급이 36만원"이라고 폭로한 데 이어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의료기관 내 간호인력 부당대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간호사 동원 장기자랑은 수년전부터 여러 병원에서 꾸준히 논란이 됐다"며 "의사의 노동 가치만 최고로 판단하는 병원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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