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향후 10년간 3000억달러(약 336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의 상하수도관 교체 시장을 놓고 철강업계와 플라스틱업계가 치열한 로비 전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2020년이면 미국에서 2560만㎞ 길이의 상하수도관이 45년 이상 노후돼 대대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심지어 600여 개의 카운티(군)에는 100년 이상 된 파이프가 묻혀 있다.
이 때문에 파열 문제뿐 아니라 공중보건 사고까지 발생한다. 미시간주(州) 플린트시는 2015년 노후된 쇠파이프와 동관 탓에 수돗물이 오염돼 어린이 8000여 명이 탈이 나기도 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사태를 우려해 상하수도관 교체를 추진 중이다.
현재 땅에 묻혀 있는 상하수도관의 3분의 2 이상은 쇠파이프다. 시장조사업체 블루필드에 따르면 향후 교체될 상하수도관의 80%는 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 이는 플라스틱관 가격이 쇠파이프보다 50%가량 싼 데다 가벼워 교체가 쉽고 부식도 없어서다.
미국화학협회는 지난 몇 년간 지방정부가 상하수도관 입찰을 할 때 플라스틱을 포함한 모든 소재의 관을 참여시킬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미시간 인디애나 등 최소 5개 주에서 통과되도록 지원했다. 이는 플라스틱업계를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은 기존 쇠파이프 등으로 한정해 입찰하는 사례가 많았다. 철강업체는 플라스틱이 노후되면 중금속 등이 스며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관업계 1위인 JM이글사는 플린트 사태 때 시정부 측에 파이프관을 무료로 납품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3년 캘리포니아 지역에 품질이 나쁜 플라스틱관을 납품했다가 매립 첫해에 터지는 바람에 2250만달러를 물어줬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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