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세안 85개 콘텐츠 기업, 14일 잠실서 '교류의 장'
싱가포르·태국 등 아세안 7국, 미디어프리마·VTV 등 25사
방송·영화·교육부문 투자 매칭
[ 김희경 기자 ]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됐던 한류 열풍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후폭풍으로 급속히 수그러들었다. 장벽에 부딪힌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곳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이다. 그동안 아세안 지역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지 않았지만 잠재력만큼은 중국 못지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문화가 비슷해 한국 콘텐츠와 스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아세안 지역의 콘텐츠 시장 성장세는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가파르다. 2015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433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8.8% 늘어난 것으로 세계 콘텐츠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5%를 웃돌았다. 예상 성장률은 더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까지 매년 평균 9.95%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아세안 지역을 한류의 새로운 전진기지로 눈여겨보는 이유다.
◆아세안 콘텐츠 시장의 미래 전략 논의
한국과 아세안 지역 간 방송·영화, 모바일·교육 등 융합콘텐츠 산업분야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1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펼쳐진다.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주관하는 ‘2017 한·아세안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투자 쇼케이스’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5년 열린 첫 행사는 ‘한·태국 디지털콘텐츠 콘퍼런스’란 이름으로 치러졌다. 아세안 국가 중 태국 기업 관계자들만 참석했다. 지난해엔 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아세안 주요 6개국 콘텐츠 관련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 행사에는 싱가포르 기업도 참가해 아세안 10개국 중 7개국에서 25개 기업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는다.
국내에선 이들 기업과의 교류를 위해 KT, KBS미디어, SBS플러스, 캐리소프트 등 60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아세안은 중국과 일본에 이은 콘텐츠 교역 3위 시장으로 급속한 성장이 기대되는 블루오션”이라며 “이번 행사는 아세안 주요 기업들과 다양한 사업 네트워크를 형성할 좋은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아세안 콘텐츠 시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먼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한국의 주요 콘텐츠업체 실무자가 기조연설을 통해 아세안 진출 전략과 성장 모델을 제안한다. 말레이시아의 탄 페이 신 미디어프리마 이사는 ‘뉴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글로벌 콘텐츠 사업모델’에 대해 설명한다. 미디어프리마는 2003년 설립된 말레이시아 최대 미디어 기업이다. 인도네시아의 러시 제프리 MNC랜드 실장은 ‘융합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 테마파크로의 성장 전략’을 발표한다. MNC랜드는 테마파크를 운영하며 건설, 무역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해 있다. 한국에선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이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생태계 구축을 통한 동반성장 모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공동제작부터 테마파크 조성 협의까지
기조연설이 끝난 뒤에는 시장 진출을 위한 세미나가 분야별로 열린다. 방송·영화·애니메이션, 모바일·교육콘텐츠, 융합콘텐츠 등 세 개 분과로 나눠 투자 쇼케이스와 비즈니스 매칭을 진행한다. 방송·영화·애니메이션 분과에는 말레이시아 미디어프리마, 베트남 VTV 등의 관계자가 참가한다. 이들은 KBS미디어, SBS플러스, 강원정보문화진흥원, 타임박스엔터테인먼트 등의 관계자와 직접 만나 협력을 논의한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 판매는 물론 영화, 웹 콘텐츠 등의 공동제작 방안과 투자 유치에 대한 상세한 상담을 할 예정이다.
모바일·교육콘텐츠엔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대표하는 통신사 스마트프렌, VNG코퍼레이션이 참가한다. 국내 기업 중에선 유튜브 등 모바일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만든 캐리소프트가 참가해 아세안 지역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융합콘텐츠 분과에선 말레이시아 겐팅그룹, 베트남 하롱선그룹 등 현지 최대의 테마파크 사업자들이 미디어프론트, 비브스튜디오 등 국내 콘텐츠 기업과 도심형 테마파크, 홀로그램 공연장 사업에 대해 협의한다.
부대행사로는 한국의 스튜디오W.바바와 말레이시아의 플라이스튜디오가 2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시노스톤(가제)’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한다. 양 실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완성형 콘텐츠 수출을 넘어 콘텐츠 공동제작, 현지 가상현실(VR) 테마파크 조성 등 새로운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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