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개당 46만원짜리 사과…등급 나누기에 열중하는 일본인

입력 2017-11-13 09:42   수정 2017-11-13 15:35


일본인들은 모든 사물에 등급을 매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각종 상품들도 세세하게 등급별로 나뉜 뒤 다른 가격이 부여됩니다. 과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고급품의 경우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고가품도 적지 않습니다. 딸기 한상자가 100만원, 메론 한개가 30만원씩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일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주인공은 사과입니다. 사과가 제철을 맞으면서 일본 내에서도 고가(高價) 사과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10㎏들이 한 상자에 경매가가 약 1300만원(130만엔)에 육박하는 사과도 등장했습니다. 사과 한 개당 약 45만7000원(약 4만6000엔) 가량 됩니다. 이런 사과는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중앙도매시장에서 열린 이와테현 에사시 지역산 고급사과 첫 경매에서 에사시 지역 10㎏짜리 ‘특선상자(사과 28개)’가 130만엔(약1281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에사시 사과(江刺りんご)’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이 사과는 일본 내에서도 특상품 사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상자당 120만엔에 팔린 기록을 깨고 올해 사상최고가인 130만엔에 낙찰됐다네요.

‘에사시 사과’는 봉지를 씌워 않고 직접 햇볕을 쬐고 재배한 ‘산후지(サンふじ)’품종으로 밤낮의 일교차가 커 단맛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보통 사과 당도가 13도 정도지만 ‘에사시 사과’ 특선품은 당도가 15도 이상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태풍과 기상악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보다 10%가량 생산량이 줄어든 점도 가격이 오른 이유라고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아키타현 등은 원전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과 거리가 멀지 않아 한국에선 꺼리는 시선이 없지 않지만 일본 내에선 상대적으로 관련 우려가 적은 듯합니다.

농산품을 차별화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고만고만한 평준화된 상품만 내놓다가는 경쟁력에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분화와 고급화, 특화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일본 농업의 모습을 벤치마킹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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