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이 탄생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민 단기금융업(발행어음사업) 인가를 받아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제19차 금융위원회를 열고 미래에셋대우 등 5개 증권회사에 대한 자기자본 4조원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의 초대형 IB가 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표된 2011년 7월 이후 약 6년 4개월 만이다.
초대형 IB 사업은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환전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특히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IB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달한 돈으로 기업대출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나머지 4개사의 금융감독원 심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가는 심사가 끝나는 대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른 회사의 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심사가 완료된 회사에 대해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사실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형사소송으로 인해 심사가 중단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유로에셋투자자문 옵션상품 불완전 판매 혐의가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케이뱅크 인허가 관련 의혹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아직 심사가 끝나지 않은 나머지 4개사의 경우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반쪽짜리 출범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4개사가 기업에 대한 환전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핵심으로 꼽히는 단기금융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금감원 심사도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 아예 심사가 보류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 과장은 "단기금융업 인가 요건이 따로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자격을 못 갖춘 증권사에 인가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단기금융업 인가 이후 영업실태와 건전성 현황 등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초대형 IB 육성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기업금융업무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다면 동일하게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인가를 계기로 증권사 임직원과 금융당국 모두 막중한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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