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죄 확정판결 무시
사법부 혼란만 초래
[ 이상엽 기자 ]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1심 법원이 또 무죄를 선고했다. 올 들어 벌써 36번째 1심 무죄 판결이자, 작년(7건)보다 다섯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 권기백 판사는 지난 9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A씨(2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권 판사는 “피고인은 병역의무의 완전한 면제나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특히 권 판사는 정부에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권 판사는 “국가가 나서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이런 갈등 상황을 내버려두는 것은 헌법에 따른 기본권 보장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판사는 앞서 지난 8월10일에도 같은 취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무죄 판결은 2004년 5월 당시 이정렬 서울남부지법 판사가 오모씨 등에게 처음 무죄를 선고한 뒤 53번째 무죄 판결이다. 2004년 첫 무죄 판결 뒤 2015년 6건, 2016년 7건이었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은 올해 36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6월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의 무죄판결이 계속 이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급심은 판결문에서 처벌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쓰는 등 내용상으로도 대법원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부정하고 있어 파장이 더 크다.
혼란 해소를 위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새로 열어 사회적·법리적 결론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개인적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궁극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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