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00주년에 '원조 적폐'로 몰린 박정희

입력 2017-11-13 19:01   수정 2017-11-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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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안된다"…동상 설치 놓고 일부 진보단체 반발

상암동 박정희기념도서관 동상 기증식 아수라장

해외선 지도자로 존경 받는데…민족문제연구소, 친일독재라며 반대
추진위 "누구나 공과 다 있는데 기념관에도 설치 못하게 하다니"
갈등 사전조율 못한 서울시 고민



[ 박상용 기자 ] “어떻게 서울시 땅에다 친일파 동상을 세워! 일본으로 가, 이 ××들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에 동상 세우는 게 뭐가 문제야! 이 빨갱이 ××야.”

13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앞.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 행사를 10여 분 앞두고 동상 설치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 측이 격렬히 충돌했다. “친일파” “빨갱이”라는 욕설이 난무하며 일부 참여자들은 드잡이를 벌였다. 14일은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 되는 날이다. 리콴유 후진타오 등 각국 지도자들이 존경의 뜻을 표한 박 전 대통령이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임이 다시 입증됐다.

◆“기념관에도 못 세우면 어디 세우나”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이날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동건추)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서를 전달받았다. 14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동상 제막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반대 목소리를 고려해 증서 전달식으로 대체됐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동건추는 5억여원을 들여 같은 해 11월 동상 제작을 마쳤다. 동상 제작은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상을 만든 김영원 전 홍익대 조소과 교수가 맡았다.

동상 건립 반대 주도세력인 민족문제연구소와 마포구 내 시민단체 모임인 ‘박정희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은 박 전 대통령을 ‘친일 군인’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원조 적폐 박정희 동상을 서울 시민의 땅에 세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서울시는 적법 절차를 통해 동상 설치를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념관 땅은 서울시 소유로 서울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박정희기념관에 ‘박정희 동상’ 설치를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누구든 공과 과가 있다”며 “해당 대통령기념관에 동상을 설치하려는 계획까지 반대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좌 이사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 기념관에 동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가 정한 절차를 지켜 동상을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뒷짐 진 서울시 “심의 요청 들어오면…”

재단이 서울시에 조만간 동상 심의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는 고민에 빠졌다.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한쪽의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시 안팎에서는 양측이 심의위원회 구성부터 문제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념관은 시유지이기 때문에 여기에 동상을 세우려면 ‘서울특별시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공공미술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는 장소와 동상의 연관성, 심미성, 동상이 표현하려는 역사적 사실의 검증 등을 위주로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갈등 관리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건추는 지난해 11월 동상 제작을 마치고 광화문광장에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1년, 동상 건립 찬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만약 전태일 동상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재단 측이 사전 심의 신청 절차를 생략한 채 동상 설치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당혹해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설계 단계에서 심의를 신청한다”며 “이미 완성된 동상을 심의 신청한다면 심의하는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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