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가지 수제맥주, 한 모금도 팔아요

입력 2017-11-13 19:04   수정 2017-11-14 06:24

컵에 직접 맥주 따르고
10mL 단위로 돈 내는
미국 '탭비어 하우스' 상륙



[ 이유정 기자 ]
이곳에 가면 우선 전자칩이 내장된 팔찌를 차야 한다. 홀에 ‘ㄱ’자로 늘어서 있는 60여 개 기계의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을 보고 원하는 맛을 골라 팔찌를 댄 뒤 원하는 만큼 따른다. 화면을 통해 가격 눈금이 올라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계산은 나갈 때 팔찌에 기록된 만큼 결제하면 된다.

서울 한남동에 새로 생긴 수제맥주 펍 ‘탭퍼블릭’(사진)에서 맥주를 마시는 방법이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업계에선 ‘탭비어 하우스’라고 불린다. 미국에서 등장해 조금씩 인기를 끌고 있는 탭비어 하우스가 국내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가 원하는 맥주를 골라 원하는 만큼 마시고, 마신 만큼만 돈을 낸다는 것. 이곳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는 애피타이저용 맥주라고 불리는 람빅부터 라거의 일종인 헬레스와 필스너, 에일맥주, 사워맥주, 11도짜리 위스키 오크통 숙성 맥주까지 60가지에 달한다. 각 수제맥주 통 위에 붙어 있는 LCD 화면을 통해 제조사, 도수, 맛의 특징, 만들어진 과정, 가격 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격은 10mL당 100원대에서 500원대 정도로 한모금 수준인 10mL만 마셔도 된다.

안주 가격도 비싼 편은 아니다. 우동 샐러드가 9000원, 시그니처 버거와 미국 중부지방 향나무로 훈연한 삼겹살 요리, 치킨 등이 1만2000원부터 시작한다. 안주도 소량씩 다양하게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가격을 정했다고 탭퍼블릭 측은 설명했다.

직접 맥주를 따라서 마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거품을 줄이기 위해선 맥주를 따르기 직전에 잔을 세척기구에 한 번 더 헹구고, 45도로 기울여 따르는 게 좋다.

유지훈 탭퍼블릭 대표는 “기존 수제맥주 펍에서도 소용량 맥주 샘플러를 통해 4~5가지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지만, 샘플러 구성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단 한 잔을 판매하더라도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원하는 취향과 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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