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클래스 이용
카레이서 1 대 1 교육
서킷 라이선스 취득까지
지난 10일 강원 인제스피디움.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올라온 수십여명의 사람들로 곳곳이 북적였다. 이른바 ‘광클’(빛처럼 빠른 속도로 클릭)을 해야만 올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만큼, 사람들 사이에선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대자동차가 이날 연 드라이빙 아카데미 ‘스포츠 클래스’를 직접 이용해봤다. 기초 서킷 주행 교육을 받고 라이선스까지 획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초급인 ‘펀 클래스’와 ‘세이프티 클래스’를 수료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참가비는 20만원. 오전 9시에 시작된 교육은 7시간 넘게 꼬박 운전한 뒤 끝이 났다.
◆ 운전, 다시 배우다
스포츠 클래스는 이론 교육과 실기, 서킷 주행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각각 전담 인스트럭터가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해 모터스포츠 입문 기회를 준다.
가장 먼저 몸을 풀기 위해 러버콘(고깔 모양의 교통안전시설물) 사이를 지그재그로 지나는 ‘슬라럼’을 해봤다. 곧이어 지정 구역에 정확하게 서는 ‘타깃 브레이킹’을 소화했다.
인스트럭터는 운전 자세부터 발의 위치, 시선 처리 등 기본적인 준비 상태를 꼼꼼히 점검했다.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아 어색하실 겁니다. 서킷을 달리기 전 빨리 감각을 되찾으세요.” (정의철 인스터럭터)
한 시간가량의 연습이 끝나고 실내로 자리를 옮겨 인제스피디움 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이론 교육을 받았다.
2014년 5월1일 개장한 인제스피디움은 포뮬러원(F1)을 제외한 모든 국제 대회를 치를 수 있다. 총 길이 3.908㎞, 19개 코너(좌측 8개·우측 11개)로 구성됐다. 노면 간 최대 약 42m 고도차가 나타나 어려운 수준의 서킷으로 꼽힌다.
이론 교육은 황색기(사고 알림)와 녹색기(추월 가능), 적색기(경기 중단) 등 다양한 깃발의 뜻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피트(차고) 이용법과 서킷 진입 방법, 매너 등을 자세하게 익혔다. 만약 서킷 위에서 서행하는 경우 좌측 깜빡이를 켜고 도로 맨 왼쪽으로 붙어야 한다.
“서킷 위 모든 사고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개인 간 보상부터 안전팬스 수리비 등을 직접 부담해야 하죠. 그만큼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사고가 났다면 헬멧을 쓴 채 가드레일에 붙어 즉시 탈출하세요. 구난과 조치는 다 알아서 해 드립니다.”
◆ 카레이서의 밀착 교육
실기 교육은 3개 조로 나뉘어 서킷 위에서 1시간30분 정도 진행됐다.
설명을 듣고 직접 커브 구간을 통과하면 인스트럭터가 무전기로 문제점과 해결책 등을 일일이 짚어줬다.
각 구간 종료 지점에 다가서자 기다리던 인스트럭터는 또 한 번 1 대 1로 맞춤형 교육을 해줬다. 이들은 모두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 등에서 활약한 프로 레이서다.
이날 탈출로가 안 보이는 U자형 블라인드 코너를 돌다 미처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했다. 차가 연석(서킷 가장자리 표지석) 밖으로 벗어났다. 타이어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뿌연 흙먼지를 일으켰다. 앞바퀴가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언더 스티어’ 현상 때문이다.
순간 머리 속이 하얗게 됐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부드럽게 감속 하자 중심을 잡고 멈춰섰다.
“서킷은 일반 도로보다 속도감을 느끼지 못해요. 브레이킹 포인트를 잡기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만큼 사고도 많이 나죠. 19개 코너에서 이런 부분을 익힐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조훈현 인스트럭터)
수차례 돌기를 반복하자 머릿속에 서킷 구조가 그려졌다. 바깥쪽에서 코너로 최대한 붙은 뒤 다시 바깥쪽으로 나가는 라인은 자연스레 몸에 익었다.
“코너를 돌기 전 충분히 감속하고 최대한 안쪽으로 붙으면서 부드럽게 가속해야 합니다. 이때 시선은 반드시 멀리, 다음 지점을 보세요.” (전난희 인스트럭터)
◆ 인제스피디움을 즐기다
실기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인 서킷 주행에 나섰다. 인스트럭터가 모는 차를 쫓아 내달렸다.
인제스피디움을 다섯 바퀴 돌면서 시속 155㎞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거리를 나타내는 ‘150’이라고 쓴 흰 안내판이 보이면 브레이킹을 했다.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 나가자 동력 손실이 적었다. 무작정 빨리 달릴 때보다 랩타임도 줄어들었다. 안전하고 정확한 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수긍이 갔다.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모터스포츠에 입문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습니다. 제대로 된 스포츠 주행을 하도록 위험요소 관리 등을 적극 해드리겠습니다.” (조훈현 인스트럭터)
이날 스포츠 클래스에 참가한 40여 명은 성공적인 주행으로 인제스피디움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또 러버콘을 피해 다양한 코스를 통과하는 ‘짐카나’와 카레이서가 운전하는 차를 타보는 ‘택시 타임’ 등도 즐겼다.
5시간 넘게 차를 몰고 온 한 참가자는 “멀리서 온 걸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많이 배워간다”며 “기회가 되면 레이스 클래스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현대차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기초 단계인 ‘펀 클래스’와 ‘세이프티 클래스’부터 ‘스포츠 클래스’, ‘레이스 클래스’가 마련돼 있다. 1년 이상 운전 경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현대차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인제=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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