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구기관이 커리큘럼 짜고 학생은 원하는 수업 선택해 공부
2020년부터 적용될 '신학습지도'
모든 학생 개인별 진로상담·교육
[ 이현진 기자 ]
일본은 진로교육 강화 방안으로 2014년부터 슈퍼글로벌고등학교(SGH)와 슈퍼프로페셔널고등학교(SPH)를 일본 전역에 설치하고 있다. 현재까지 SGH는 123개 교, SPH는 30개 교로 지정됐다.
이 학교들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 지역의 대학·연구기관·기업과 함께 학교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다른 직업학교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일본 도쿄도 신주쿠야마부키고교는 지난 4월 문부과학성으로부터 SPH로 지정됐다. 이 학교 학생은 대학교처럼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74단위만 들으면 졸업할 수 있다. SPH로 지정된 뒤 정보 관련 과목만 20여 개로 늘었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관련 과목의 인기가 특히 높다.
이시야마 노타로 교장은 “이 학교에는 모두 똑같은 수업을 듣고 졸업하는 학생이 없다”며 “각각의 과목을 합해 자신의 특기분야를 만든 뒤 졸업해 어떤 상황에도 대응하는 정보기술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대외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8월 일본 가가와현에서 열린 ‘2017 정보학술대회’에는 신주쿠야마부키고 1학년 학생 4명이 참가했다. 지금껏 교사만 가던 학술대회에 학생이 참가한 것은 처음이다.
학술대회에 참가한 오노 소스케 군(16)은 “어른들이 모여 있는 학회에서 결과물을 처음 발표하며 굉장한 성취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SGH는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영어 교육뿐 아니라 해외 교육기관과 연계한 과제 연구나 해외 연수 등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문부성 관계자는 “단순히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 영어를 활용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학생을 위한 진로교육을 목표로 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신학습지도요령’이 적용되는 2020학년도부터는 개별 맞춤형 진로교육이 이뤄진다. 일본 내 모든 학생은 개인별 진로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이를 토대로 진로상담이 이뤄진다.
또 고교 교육과정에 ‘시민의식’이 새로운 필수과목으로 포함됐다. 후지타 데루유키 쓰쿠바대 교육학과 교수는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갖는지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 역할을 다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일본의 진로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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