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유경제 한발 늦은 현대차

입력 2017-11-16 17:30  

강현우 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


“공유 서비스 확산으로 2040년 중국 미국 유럽 등의 신차 판매가 지금보다 1300만 대 줄어들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지난 1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내다봤다. 1300만 대는 지난해 글로벌 신차 판매(8900만 대)의 15%이자 세계 5위 현대·기아자동차 연간 판매량(788만 대)의 두 배에 달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사업자가 보유한 자동차를 필요한 시간에 빌려 타는 카셰어링, 내 차를 택시처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카헤일링(우버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선 온갖 규제 때문에 카셰어링 외엔 제대로 된 공유 서비스를 접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만 가도 카헤일링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근 우버에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만 봐도 차량 공유 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차량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 공유 산업에서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08년 완성차업계 최초로 카셰어링 서비스 카투고를 선보였고 라이벌 BMW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우버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카헤일링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고 카셰어링 사업부인 메이븐도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5월 이스라엘 카셰어링업체 겟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기업들도 차량 공유 사업에 속속 진출 중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에선 뚜렷한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차가 국내와 유럽 등에서 친환경차를 활용한 카셰어링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규모는 경쟁 업체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아차는 지난 8월 공유 서비스 브랜드 위블을 출범시킨 것이 고작이다.

현대·기아차도 내부에선 외부 기업 인수합병이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외부에서도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에 현대차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이대로 주저하다가 글로벌 공유 서비스기업의 제조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현우 산업부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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