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땅속 상황 '깜깜이' … 지질 기초연구·자료 태부족

입력 2017-11-16 17:54   수정 2017-11-17 07:52

포항 강진… 계속되는 여진

지진 원인분석 '중구난방'

활동성 단층 최소 50개… 땅 속 지도 2041년에야 완성
경주 지진후 예산 늘었지만 동남권 단층 조사 지지부진
서·동해 바닷속 단층도 '깜깜'… 지진재해분야 석학 10명 안돼



[ 박근태 기자 ]
경북 포항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전국이 혼란에 빠졌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조차 나오지 않아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대가 지나가는 곳에서 9㎞ 떨어진 지역에서 일어났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앙의 깊이와 관련해서도 기상청은 지하 9㎞로 파악하고 있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하 5~10㎞ 깊이로 보고 있다. 규모 6 이상 지진 가능성은 없는지, 다른 지역은 안전한지 제대로 된 분석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지질 기초 연구가 부족한 탓에 이처럼 지진 원인 분석 및 예측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방재에 앞서 재난이 일어날 땅속 상황부터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한에는 450개 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지진이 일어날 만한 활동성 단층 개수를 최소 25~50개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09~2012년 전국 단위의 활성단층지도와 지진위험도 제작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투입된 예산이 2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주 지진을 겪고서야 5년간 493억원을 투자해 양산단층을 포함한 부산 울산 등 동남권 단층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전국 활성단층지도는 2041년에야 완성될 전망이다.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초 자료가 턱없이 부족해 현재로선 한반도의 지진 추세를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땅속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 보니 지진이 일어나면 전문가들조차 엇갈린 분석을 내놓을 때가 많다.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해 경주 지진이 양산단층에서 갈라져 나온 무명단층(이름이 아직 붙지 않은 단층)에서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구과학 분야 전문가들은 지류 단층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단층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을 두고도 일부 학자는 경주 지진 여파라고 보는 반면 또 다른 학자들은 경주 지진을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양산단층 외에 숨은 복병 많아

국내에서도 1994년부터 길이 190㎞에 이르는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활동성 단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땅속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해 경주 지진이 나고 나서야 5년간 493억원을 투자해 양산단층을 포함한 부산·울산 등 동남권 단층 조사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2041년에야 활성단층 지도를 완성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양산단층 외 다른 단층대에서도 얼마든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충북 옥천 동쪽과 충남 공주, 수도권인 경기 남양주에도 북동과 남서 방향으로 대규모 단층대가 있다.

한반도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태평양판이 아니라 인도판이 국내 지각 구조에 영향을 주는 것도 변수다. 다른 지역도 이런 충분한 힘(응력)이 축적됐다가 급격히 에너지가 발산되면서 대형 지진이 일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지진을 분석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규모 7.0 이상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00년간 대형 피해를 주는 규모 6.5 지진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준을 2000년간으로 확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역사학자와 지진학자들이 옛 기록을 토대로 지진 규모를 추산한 결과 779년 3월 신라 경주에서 100명이 숨진 지진은 규모 8~9의 강진이었다. 1681년 조선 숙종 7년에도 강원 양양 앞바다에서 규모 7~8로 추정되는 지진과 함께 해일이 발생했다.


◆서해 동해 바닷속 해일 피해 우려 커

동해와 서해 바닷속은 단층 위치조차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2013년 6~8월 두 달 새 충남 보령시 서남쪽인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 해역에서는 규모 0~3.9의 지진이 모두 100여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바다에서 난 해저 지진은 해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퇴적층이 많은 서해 지역은 지진 해일에 취약하다.

해외 선진국들은 과학자들이 정확한 지진재해 분석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연구한 값을 내놓고 합리적인 답을 찾는다. 지진재해를 예측하려면 규모 4 지진이 100번 일어날 때 규모 5와 규모 6은 몇 번 일어나는지를 가늠하는 값 등 다양한 연구 결과가 필요하다. 국내에는 이런 값을 내놓을 수 있는 학자들이 채 10명도 되지 않는다. 경험 있는 원로 교수들이 잇달아 은퇴하고 있는 데다 뒤를 이을 30~40대 학자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충분한 경험을 아직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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