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김동연 부총리에 전문가 제언집 전달
"연명이 아닌 지속 성장 위해 백지상태서 대안 마련해야"
김동연 부총리 "최대한 정책에 반영…기업환경 더 조성하겠다"
[ 임도원/고재연 기자 ]
“성장이 아닌, 연명의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합니다.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어떤 방법론도 의미가 없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계의 건의를 담은 제언집을 전달했다. 대한상의가 경제현안을 진단하고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학계·산업계·컨설팅업체·시민단체 전문가 50명의 입을 빌려 작성한 제언집이다. 전문가들은 제언집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 등을 주문했다. 김 부총리는 “혁신 성장의 장애물을 찾아 정부와 기업이 같이 해결하자”고 화답했다.
◆“혁신해야 지속 성장”
박 회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를 방문해 김 부총리와 가진 간담회에서 제언집을 직접 전달했다. 그는 “경제가 예상보다 좋아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갈 길이 숨이 찰 정도로 멀다고 생각한다”며 김 부총리에게 재계가 느끼는 위기감을 전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현실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며 “기존의 소원수리형 건의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균형 잡힌 분석과 대안을 전달하기 위해 제언집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백지 상태에서 검토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언집은 △경기 회복 △산업의 미래 △고용·노동 △기업의 사회공공성 강화 등 네 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과 관련해 “온기가 한국 경제에도 퍼지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현재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주요국과의 통상마찰이 이어지고 있고, 북핵문제, 가계부채, 미진한 기업 구조조정,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사람에 대한 투자와 효율성 향상을 위한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금융·노동과 인적자원 개발 관련 제도는 여전히 구태에 머물러 있고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세계는 혁신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데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규제 환경에 막혀 다음 단계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컨설팅업체 A사 대표는 “기업이 정해진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자격증과 기득권에 막혀 있는 서비스업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 보호막 걷어내야”
‘고용·노동’ 분야에 대한 제언도 쏟아졌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한국도 구시대적인 노동 보호막을 걷어내 기업이 혁신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역대 정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기업 스스로 사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도 시장경제질서를 준수하고 공정한 분배를 해왔는지 뒤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제언집을 받은 뒤 “최대한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은 (병아리가 알을 깨기 위해) 안과 밖에서 같이 쪼는 줄탁동기(啄同機) 관계로 가야 한다”며 “기업들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도원/고재연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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