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아/조미현 기자 ] 유엔군사령부가 1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과 관련한 폐쇄회로TV(CCTV) 영상 공개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이 영상엔 귀순한 북한군과 북측 추격조 등의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귀순 정황 파악에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유엔사는 이날 오전 26초짜리 영상을 준비했다. 귀순한 북한 군인이 타고온 군용 지프차 바퀴가 배수로에 빠지는 장면과 북한군이 이를 추격해 다가가는 장면, 사격하는 장면, 귀순한 북한 군인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을 때 뛰어오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상엔 북측 추격조가 MDL을 넘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 측은 이 부분을 제외하고 영상을 공개할 경우 빚어질 의혹 제기를 우려해 공개 예정 시간 직전 “좀 더 긴 영상을 준비하겠다”며 긴급 회의를 했다. 그 후 취재진에 동영상 공개 계획 연기를 알렸다. 유엔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결코 무엇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며, 동영상을 공개하려는 건 언론이 더욱 정확하게 기사를 쓰도록 지원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북측 추격조가 MDL을 넘었다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날 “북한군 귀순 당시의 CCTV 영상에는 4명의 추격조 중 1명이 MDL 선상에 있는 중립국감독위 회의장 건물의 중간 부분 아래까지 내려온 모습이 찍힌 것으로 안다”며 “이 추격조는 황급히 북쪽으로 되돌아갔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JSA에서 지난 13일 북한군이 귀순할 당시 북측의 총격에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가 JSA 교전수칙을 수정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유엔사의 권한이어서 한국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미아/조미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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