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노동계 눈치보는 국민연금의 위험한 행보

입력 2017-11-19 17:59  

국민연금이 오늘 열리는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 방침을 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이사 선임건은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으로부터 주식(지분 0.18%)을 위임받아 주주제안으로 낸 것으로, 노조의 경영참여 시도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노동이사 안건이 최근 경제계의 큰 관심사가 된 것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주총을 앞두고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밝히면서부터다. 노동이사에 대해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노조 제안에 찬성하겠다고 한 것은 노동이사제가 정부의 공약인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공단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내부 실무진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적지 않다. 의결권행사전문위 통과가 의결권 행사에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이런 예민한 안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둔 장치다. 그간 국민연금은 여론의 주목을 받거나 투자자들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안건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이 위원회 결정을 따랐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처럼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당시 그런 과정을 적극 비판하지 않았나.

KB금융의 노동이사 선임건은 국민연금이 정치적 중립성과 노조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의 노후가 달린 국민연금은 국민이 주인이다. 정부와 국회의 부당한 간섭과 개입부터 차단돼야 하지만, 공단도 안정성과 수익성 극대화로 가면서 독립성·전문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선거 때면 국민연금 기금을 멋대로 동원하고 활용하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돼 왔다. 낙하산으로 국민연금을 맡은 인사들이 이런 요구에 쉽게 동조하면서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까지 받아 왔다. 끊어야 할 잘못된 관행들이다. 정치권과 노동계의 부당한 압박이나 간섭 차단이 그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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