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조는 국정의 한 축이 아니다

입력 2017-11-19 18:04  

"영국·독일은 좌파정권도 노동개혁 나서
4차산업혁명시대 노동시장 바꾸려면
문재인 정부, 노조와 정치연대 말아야"

이인제 < 한국유엔봉사단 총재·전 국회의원 >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 대표들과 대화하는 자리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불참해 화제가 됐다. 노조 대표가 탈퇴한 노사정위원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전 민노총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앉혔지만 아직 노조로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없다.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갑자기 노동자의 90%를 차지하는 비조직 노동자의 대표성 문제를 들고나왔다. 노조는 과연 국정동반자인가, 아니면 국정의 한 객체인가. 우리 사회는 이제 냉정하게 이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노동자 계층의 등장과 노조의 성장은 산업사회의 산물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노조와 사회주의는 경영과 자본주의에 맞서는 강력한 축으로 사회를 이끌어 왔다. 이들 나라에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좌파정당들과 노조는 강인한 연대를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3,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사회는 혁명적 변화를 겪으며 지식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대립은 지식이라는 압도적 생산요소의 등장으로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전락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노조는 여전히 자본에 대한 적대적 투쟁에 매몰돼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로막고 나라를 유럽의 병자로 만들었다. 제일 먼저 영국의 보수당 마거릿 대처 정권이 1970년대 말 노조와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자매관계를 유지하던 영국 노동당이 전통적 좌파노선을 폐기하고 ‘제3의 길’을 채택하면서 노조와 공식적으로 결별했다. 토니 블레어가 이끈 노동당의 당내혁명이었다.

독일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00년대 초 유럽의 병자로 추락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좌파정권이 대대적 노동개혁, 이른바 ‘하르츠개혁’을 단행했다. 그리고 뒤이어 사회민주당의 완고한 좌파주의 노선을 ‘새로운 중도’로 바꾸면서 역시 노조와 공식적으로 결별했다. 영국과 독일은 이런 변화를 통해 병자의 처지를 벗어나 경제를 살려냈다.

프랑스는 아직도 진통 중이다. 올해 새롭게 들어선 중도의 에마뉘엘 마크롱 정권 역시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하며 완고한 노조와 투쟁 중이다. 결말을 단정할 수 없지만 궁극적으로 프랑스 노조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산업선진국들에서 노조는 개혁의 대상이고, 끈끈한 연대를 구축했던 좌파정당들도 노조와 결별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노조의 열기가 한여름처럼 뜨겁다. 단순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투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투쟁도 서슴지 않는다. 정당들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노조와 연대하려는 유혹에 빠져 있다.

국가경영, 즉 국정의 제일 큰 수단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3, 4차 산업혁명과 세계화에 맞춰 요구되는 노동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또한 아시아의 병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노동시장 개혁에서 완고하고 투쟁적인 노조 또한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노조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이익단체가 국정의 한 축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외환위기 직후 등장한 김대중 정부는 4대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개혁을 노사정위원회에 넘겼다. 노를 대표하는 노조와 사를 대표하는 경총은 모두 이익단체로서 이들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무슨 수로 개혁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발상이었다. 노조를 존중하는 것과 노조가 국정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조가 존중해야 할 대상일 뿐, 개혁의 대상이자 국정의 객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화급한 노동시장 개혁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이인제 < 한국유엔봉사단 총재·전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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