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탈원전 결정' 떠넘기는 산업부

입력 2017-11-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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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훈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 로드맵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가 조기 폐쇄를 검토하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가 불가피하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므로 정확한 폐쇄 시기를 확정하기 곤란하다”고 보고했다. 탈(脫)원전 정책에 따라 정부가 건설을 백지화하기로 한 신규 원전 6기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한수원이 이사회까지 열어가며 보고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 압력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 7월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을 의결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산업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자 한수원 이사회를 통해 건설을 중단시켰다”는 비판이 있었다.

산업부는 이번에도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는 안건을 의결하길 원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수원 내에선 “이사들이 그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식 안건이 아니라 보고 형식으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은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의사를 정부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 사이에선 “탈원전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청와대인데 정권이 바뀌면 책임은 우리가 다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탈원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대한 결정을 산하기관인 한수원에 떠넘기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실제 권한은 정부가 행사하면서 책임은 한수원에 전가하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을 담당하는 산업부 공무원은 이런 법 개정안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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