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의장 책임론 급부상
오류 판명시 달러값 영향 '촉각'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이달 중순 이후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간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의 평준화 현상이 재현되면서 그 의미와 해석을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주말 10년물 금리는 연 2.34%대로 떨어진 반면 2년물 금리는 1.72%대까지 올라 그 격차가 62bp(1bp=0.01%p)로 2007년 11월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로 줄었다.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이다. 올 들어 3월과 6월 금리를 인상한 Fed는 12월에도 한 차례 더 올리는 방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금리체계가 흐트러졌다 하더라도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최소한 2년물 국채금리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장기채 금리가 하락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설 등으로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높아지면서 장기채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지수는 이달 들어 40% 이상 급등했다. 단기채 발행(종전에는 보유 단기채 매도)을 늘려 장기채를 매입하는 ‘변형된 트위스트 오퍼레이션(OT)’ 정책도 원인이다.
‘유동성 프리미엄 이론’ ‘기대 가설’ ‘분할시장 이론’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 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미국 경기가 지난 2분기 이후 3%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조만간 미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총재도 “장기금리가 너무 낮은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Fed의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드릭 미시킨의 연구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 수익률 스프레드가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모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 차는 실물경기 선행성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로 4~6분기를 앞서는 것으로 추정했다.
1970년대 이후 장단기 금리 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을 보인 경우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이 때문에 워런 버핏은 뉴욕연방은행이 매달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투자 판단 때(특히 주식매도 시점 포착) 가장 많이 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Fed의 오류(Fed’s or Ellen’s error)’가 지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Fed 내 친트럼프 인사를 중심으로 “물가가 낮은 여건에서 올해 세 차례(12월분 포함) 금리를 올리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지적과 함께 “재닛 옐런 의장이 통화정책의 잣대로 삼고 있는 필립스 곡선이 평준화되는 여건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올바른 판단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옐런 의장의 의견은 다르다. 경기예측모형으로 장단기 금리 차는 통화정책 관할범위가 실물경제에 한정(그린스펀 독트린)돼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고 반박한다.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관할범위를 자산시장까지 확대(버냉키 독트린)해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예측모형으로서 장단기 금리 차는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고 주장한다.
Fed의 가치모형(FVM=12개월 선행이익률÷10년물 국채금리)으로 현재 주가 수준을 평가해 보면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 부동산 가격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올랐다. 경기예측력이 얼마나 높은지와 관계없이 장단기 금리 차가 축소되는 것에 월가와 미국 부동산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경기가 완전하지 못한 여건에서 금리인상과 자산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성급한 출구전략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1930년대에도 당시 Fed 의장이던 마리너 에클스가 성급한 출구전략을 추진해 대공황을 야기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내년 2월 제롬 파월 시대를 맞으면 Fed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암시되는 대목이다.
마침내 원·달러 환율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달러당 1100원이 붕괴됐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모든 금융사가 달러 강세를 예상해 달러 매입을 추천해 왔다. 하지만 그린스펀 수수께끼(금리인상에도 시장금리 하락) 등의 이유를 들어 ‘달러 약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 왔다. 미국 금리인상이 오류라면 원·달러 환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달러 매입자는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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